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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꾸준히 오르는데 가스·석탄값 떨어지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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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국제 유가는 위로, 천연가스·석탄 가격은 아래로’. 최근 이례적으로 나타나는 주요 에너지원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양상이다. 원유엔 공급, 가스·석탄엔 수요 이슈가 엇갈리게 작용한 영향이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디커플링 대신 에너지 가격이 다 함께 오르면서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배럴당 87.48달러로 전일 대비 1.39달러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83.17달러,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86.31달러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2월 70달러 안팎으로 바닥을 찍은 뒤 꾸준한 오름세다. 여기엔 공급 부족이 주로 작용했다. 가자 지구 분쟁이 장기화하는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무인기 공격을 가하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져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감산 기조를 이어가는 것도 공급 압박을 키웠다.

반면 천연가스·석탄 가격은 연초 이후 내림세다. 지난달 31일 100만 BTU 당 1.73달러를 나타낸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3.3달러를 넘겼던 1월 중순의 절반 수준이다. 유연탄(연료탄) 현물가도 지난해 12월 t당 160달러 가까이 올랐지만 지난달 말엔 120달러대로 크게 후퇴했다. 유가와 반대로 글로벌 수요 부족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겨울 엘니뇨에 따른 이상 고온 현상으로 난방을 덜 한데다, ‘큰손’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발전·산업 수요 등이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

유가와 가스·석탄 가격이 동반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통상적인 에너지 시장과 반대인 셈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가스·석탄을 대체재로 많이 찾는 편인데, 이들의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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