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단됐던 ‘규제상징’ 대불산업단지 전봇대 철거, 국비로 재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지난달 25일 선로 지중화사업이 시작된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단 내 전봇대. 최경호 기자

지난달 25일 선로 지중화사업이 시작된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단 내 전봇대. 최경호 기자

“(영암 대불산업단지) 전봇대를 옮기는 것도 몇 달이 지나도록 안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 회의에서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단의 전봇대를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지적했다. 산단 내 전봇대가 대형트럭 이동에 방해가 되는데도 탁상행정 때문에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 사흘 뒤 해당 전봇대는 철거됐다.

이후 대불산단 지중화는 ‘규제 전봇대’로 유명세를 탔으나 사업은 완성되지 못했다. 대통령이 바뀌고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영암군은 고심 끝에 지자체 사업이던 지중화 프로젝트를 정부 사업으로 변경·신청해 사업 재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 규제’ 상징인 영암 대불산단 내 전봇대 철거 사업이 재추진된다. 영암군은 1일 “대불산단 입주기업들의 숙원인 배전·통신 선로 지중화사업이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공사 대상은 1구간인 대아산업2공장에서 7구간인 문성까지 총 2.59㎞ 구간의 전신주 111개를 뽑아낸다. 112억4000만원 규모의 전선 지중화사업은 ‘2023년 그린뉴딜 지중화사업’에 선정됐다. 앞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19.3㎞ 구간의 전봇대 255개를 철거한 바 있다.

대불산단 전봇대가 규제의 상징이 된 것은 선박의 대형화 추세와 안정적인 블록 운송 등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대불산단 입주 업체들은 선박 구조물(최대 32m)보다 낮은 전선(8~12m) 때문에 불편을 겪어왔다. 공장에서 제작한 선박용 블록 등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전봇대를 맞닥뜨리면 전선을 절단하거나 먼 거리를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1회당 600만원에 달하는 선로 절단 비용도 업체 측이 부담해왔다.

영암군은 사업이 마무리되면 운송여건 개선을 통해 연간 20여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불산단은 조성 당시 자동차, 기계 등의 일반산단이었으나 대형 선박 블록이나 철 구조물 등 조선산업이 대거 입주하면서 선로 지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기초자치단체 재정만으로는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으나 정부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업의 물꼬를 텄다”며 “안전사고 없이 지중화사업을 완료해 선박 운송환경을 개선하고, 산단 경제 활성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