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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에도 여중 택했다…남녀공학 찬반 엇갈리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64년에 설립된 춘천 유봉여중은 2025학년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학급과 교사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남학생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재학생과 학부모들 반대로 결국 여중으로 남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여학교의 특색과 장점을 더 살리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남녀공학 전환 학교에 6억 9000만원”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학생 또는 여학생만 다니는 단성(單性) 학교들이 남녀공학 전환을 고심하고 있다. 시도교육청도 남녀공학으로 바꾸는 학교들에 운영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나섰다.

1일 서울시교육청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단성학교에 재정적 지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학교가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비를 3년간 6억원 지원할 예정이다. 학생 생활지도에 필요한 상담 인력 등을 채용할 수 있는 인건비로도 3년간 9000만원을 준다. 기존에 있던 화장실 개선사업비(탈의실‧보건실 포함) 지원 정책도 유지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교육청이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건 학령인구 감소로 단성학교의 모집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를 기준으로 서울에 있는 전체 중‧고 708개교 가운데 단성학교는 241곳(34%)이다. 고등학교는 318곳 중 절반에 가까운 151곳(47.5%)이, 중학교는 390곳 중 90곳(23.1%)이 단성학교다.

서울의 한 남고 교사는 “다른 학교들이 학생이 모자라 학급 수를 줄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학교도 남녀 차이를 두고 학생을 받아도 되느냐’ 하는 위기감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학령인구 줄어드는 가운데 남학생만, 여학생만 모집하기 어렵다는 일반적인 상황이 있다”며 “중·고등학교가 각 3년이니까 (공학으로 전환한) 1학년생이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연착륙을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학생 배치 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도 있다. 예를 들면 집 근처에 여고가 있는 남학생의 경우 더 멀리 있는 학교로 진학을 해야 한다. 단성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인근 남녀공학 학교의 성비가 불균형하거나, 선호·비선호 학교가 나뉘면서 쏠림 현상이 생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단성학교 보내는 이유 있다, 성적·생활 관리”

지난달 28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 연합뉴스

단성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은 성적과 생활 관리 등을 이유로 든다. 자녀가 서울 목동의 여고에 재학 중인 한 학부모는 “남녀공학 학부모 몇몇이 후회 아닌 후회를 한다. 아무래도 남고·여고보다 연애 문화를 즐기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여고 교사는 “여학생은 여학생끼리 있는 걸 편하게 여기고, 남학생들은 여학생과 내신·수행평가 경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남녀공학을 기피하는 일부 재학생과 학부모들로 인해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단성학교들도 있다. 남고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려는 인천 도림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경인교대 연구팀이 시교육청 의뢰로 타당성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설문에 응한 도림고 교원(90%)과 학부모(76%), 학생(64%)은 남녀 공학 전환에 반대했다. 건물 증축 공사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남학생의 내신 성적 저하, 생활지도 문제 등을 우려했다.

“교류하면서 성 역할 등에 균형적인 시각 갖춰야”

남녀공학으로 전환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성 평등과 진로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데도 남녀공학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도민참여단의 설문 결과 응답자의 70%가 단성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학생들이 교류하면서 성 역할 등에 균형적인 시각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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