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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싱 랠리’에 예금 한달새 14조 감소…짐 싸는 '예테크족'

중앙일보

입력

1일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ㆍ적금(법인자금 포함)은 지난달 28일 기준 905조2993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뉴스1]

1일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ㆍ적금(법인자금 포함)은 지난달 28일 기준 905조2993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뉴스1]

최근 한 달 사이 정기예ㆍ적금에 14조원 넘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금과 비트코인, 주식 등 각종 투자 자산의 몸값이 뛰면서다. 그동안 3% 중반대 이자에 만족했던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급하게 발길을 돌린 이유다.

1일 국민ㆍ농협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ㆍ적금(법인자금 포함)은 지난달 28일 기준 905조2993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 말(919조4705억)대비 한 달 만에 14조1712억원이 자취를 감췄다. 새해 벽두부터 2월 말까지 24조원 넘는 자금이 정기예ㆍ적금으로 몰렸던 연초와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예금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막차’에 올라탔던 예테크족의 투자 관심사가 바뀐 영향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예테크족이 변심한 데는 갈수록 줄어드는 예금 이자(금리)와  달리 금과 비트코인은 물론 주식시장까지 들썩거리고 있어서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통화정책이 마무리되면서 투자자산 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다. 금과 비트코인은 연일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연초(8만6940원)대비 13.3% 상승한 9만8470원에 거래됐다. 이달 1일엔 10만원에 육박하는 9만9840원까지 올랐다. KRX금시장이 2014년 3월 24일 거래를 시작한 이후 가장 비싼 ‘1g의 금값’이다.

비트코인은 가격 상승세가 매섭다. 글로벌 암호화폐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연초 개당 4만4187.14달러(약 5960만원)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29일 7만744.8달러로 치솟았다. 석 달 만에 60.1% 뛴 셈이다. 지난달 14일엔 사상 최고가인 7만3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분다. 1월 중순 2430대로 밀렸던 코스피는 지난달 말 2700대로 회복했다. 이달 1일엔 외국인의 순매수로 전날보다 소폭(0.04%) 오른 2747.86에 마감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달 28일 2년 3개월 만에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대)’를 회복한 뒤 8만2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면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반면 정기예금의 매력은 줄고 있다. 지난해 4%대였던 예금 금리는 3% 중반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일 기준 연 3.45~3.55%다. 1월 중순(연 3.55~3.6%)과 비교하면 최고 금리는 0.5%포인트 하락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5% 미만으로 하락한 상품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일부 고객은) 정기예금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등 예금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며 “이들은 요즘 (정기예금 보다) 삼성전자 등 코스피 대장주나 금융주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높다 보니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당분간 에브리싱 랠리가 이어지면서 정기예금에 쏠렸던 자금이 암호화폐나 주식시장 등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코로나19 당시 세계적으로 풀었던 유동성을 충분히 거둬들이지 못한 체 각국의 긴축이 마무리되면서 에브리싱 랠리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분간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투자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나 금을 투자할 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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