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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급등에 재건축 난리인데…한방에 35억 뛴 압구정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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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1동 옥상에서 바라본 단지 전경. 황의영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1동 옥상에서 바라본 단지 전경. 황의영 기자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처음으로 100억원이 넘는 거래가 나왔다.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래 가치가 높은 압구정동에서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구현대 6·7차’ 전용면적 245㎡(공급면적 기준 80평형)가 115억원(10층)에 거래됐다. 평당 가격은 약 1억4300만원. 이 아파트 해당 면적의 직전 거래가는 2021년 4월의 80억원(11층)으로 3년 만에 35억원이 뛴 것이다.

현재 압구정동 24개 아파트 단지는 현재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에 최고가 거래가 나온 ‘구현대 6·7차’는 이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압구정 3구역(현재 3946가구)에 속한다.

특히 방 7개, 욕실 3개인 전용면적 245㎡는 가구당 대지지분(단지 대지면적을 가구 수로 나눈 것)이 37.75평에 달해 조합원 분양 과정에서 펜트하우스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같은 동 같은 면적 매도 매물이 5건 정도인데, 모두 호가가 120억원이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남, 청담, 성수 등 한강변 신축 하이엔드 주택 가격이 1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을 고려하면 높지 않은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거래는 공인중개사가 중개하지 않는 직거래로 진행됐다. 이에 대한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교환 거래'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비슷한 가치의 집을 서로 맞교환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실거래가 띄우기’를 위해 허위로 실거래 신고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2021년 4월 해당 단지의 80억원 거래 때도 이 같은 의혹을 받아 서울시와 국토부 등이 조사를 벌였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주변 중개사들 사이에서도 “이번에도 허위 신고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압구정동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거래도 늘고 있다. 올해 1~3월 압구정동의 아파트 거래는 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거래는 15건으로 비중이 55.6%에 달한다. 재건축 밑그림은 이미 그려진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압구정 아파트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이 확정됐고, 이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도 나왔다. 아울러 2~5구역의 설계업체 선정 작업도 끝났다. 건설업계에선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각 구역에서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압구정 재건축 전담팀까지 꾸려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하락하고 있지만, 한강변 압구정의 경우 부촌이란 상징성이 워낙 큰 데다 미래가치가 높아 당분간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진입 시기를 고민하는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다”며 “‘막차라도 타겠다는 심정’으로 역대 최고가에도 매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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