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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이후 중국 의존 커진 러시아 "외환보유, 위안화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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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지폐 위에 1루블 동전이 올려져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위안화 지폐 위에 1루블 동전이 올려져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에서 중국 위안화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자체 진단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날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우크라 전쟁에 따라 해외 자산이 (서방 국가에) 압류된 이후 위안화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다른 우방국들의 통화는 변동성이 크고, 많은 국가에서 자본 이동도 제한돼 사용이 어렵다면서다.

과거 러시아 대외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미미했다. 지금은 위안화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통화로, 미국 달러화를 대체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러시아 대형 은행을 퇴출시키면서 달러·유로 대금 결제가 급감한 영향이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22일 기준 5901억 달러(약 795조원)로, 2년여 사이 400억 달러(약 54조원) 감소했다. 이런 외환보유액 가운데 서방 국가들이 동결한 자산은 3000억 달러(약 400조원)에 이른다.

러시아 중앙은행 전경. 러시아중앙은행 홈페이지 캡쳐

러시아 중앙은행 전경. 러시아중앙은행 홈페이지 캡쳐

블룸버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역 방향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리려고 노력하면서 중국은 러시아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은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제재를 극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은 원유·가스 구매, 소비재·공산품 공급을 통해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 러시아는 대신 자동차 시장에 중국 기업 진출을 허용하고 블라디보스톡항 등 요충지를 중국에 개방했다.

양국간 교역액은 전쟁 전인 2021년 1468억8000만 달러(약 193조원)가량이었지만, 2022년 1900억 달러(약 250조원)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00억 달러(약 262조원)를 넘어섰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이런 관계가 러시아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가 중국에 점차 종속되는 모습이라서다.

중국 인구(14억 명)는 러시아 인구의 약 10배다. 경제 규모도 비교 불가다. 중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인데 비해 러시아는 2~3%에 불과하다. 미국의소리(VOA)는 “러시아는 에너지와 원자재 외에 중국에 줄 수 있는 게 더는 없다”며 양국 관계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대륙붕 자원개발 및 액화천연가스(LNG) 장비 등에서 어느 정도까지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 주목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을 경계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시진핑은 푸틴과 권력을 공유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중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가 약화할 뿐 아니라, 서구도 약화하고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패권만 커져 서구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런 가운데 위안화의 유동성은 커지고 있다. SWIF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위안화 거래 비중은 4.61%로 1년 전 2%대에서 크게 늘었다. 3.4%를 차지한 엔화도 넘어섰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위안화 사용을 늘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환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환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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