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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대한항공의 수퍼조커 임동혁

중앙일보

입력

3월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공격하는 대한항공 임동혁. 사진 한국배구연맹

3월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공격하는 대한항공 임동혁. 사진 한국배구연맹

코트에 들어서기만 하면 폭발한다. '수퍼 조커' 임동혁(25·대한항공)이 군입대 전 통합 4연패를 이루겠다는 꿈에 바짝 다가갔다.

대한항공은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1·2차전을 모두 이겼다. 역대 남자부 챔프전에서 2연승을 거둔 팀은 전부(9회 중 9회) 정상에 올랐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1위로 직행해 체력적으로 OK금융그룹보다 유리하다. 대한항공은 34차전이 열리는 안산에서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각오다.

가장 마음가짐이 특별한 선수는 임동혁이다. 이번 챔프전이 고별전이기 때문이다. 임동혁은 지난달 28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합격했다. 다음 달 29일 입대해 다음 시즌엔 뛸 수 없다. 임동혁은 "나도 군에 갔다오면 중년이다. 내가 전역하면 형들이 없을 수도 있는데…"라면서도 "한선수, 유광우, 곽승석 형 모두 너무 잘한다. 돌아오면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우승과 함께 군입대를 꿈꾸는 대한항공 임동혁. 용인=장진영 기자

우승과 함께 군입대를 꿈꾸는 대한항공 임동혁. 용인=장진영 기자

임동혁의 포지션은 아포짓 스파이커다. 수비보다는 공격이 중요해 대부분의 팀은 외국인 선수를 아포짓으로 뽑는다. 임동혁도 그동안 주전으로 꾸준히 나서기보다는 교체로 투입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링컨 윌리엄스(호주)가 부상당한 사이 든든하게 지켰다. 무라드 칸(파키스탄)이 대체선수로 왔지만, 임동혁의 비중이 더 컸다. 공격성공률에선 외국인들을 모두 제치고 56.02%로 1위에 올랐다. 임동혁은 "그동안 챔프전(11경기 61득점)에선 많이 뛰지 못했다. 이번엔 국내 아포짓으로서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종료 후 러시아 출신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을 영입했다. 35세의 베테랑인 막심은 짧은 적응기에도 비교적 잘 녹아들었고, 챔프전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다. 임동혁은 "'또 경쟁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팀으로서는 도움이 된다. 좋기도 하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3월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하이파이브하는 임동혁(왼쪽)과 유광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3월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하이파이브하는 임동혁(왼쪽)과 유광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은 '더블 스위치' 전술을 자주 쓴다. 키가 작은 세터가 전위일 때 장신 공격수를 넣고, 후위 공격수를 빼면서 세터를 넣는다. 한선수와 유광우, 그리고 임동혁과 외국인 선수가 있기에 가능한 작전이다.

임동혁은 짧은 시간 존재감을 발휘했다. 1차전에선 1득점에 그쳤지만, 2차전에선 9점을 올렸다. 13번 공격해 9개나 성공시켰다. 막심이 팀내 최다인 19점을 올렸지만, 공격 효율((공격 성공-차단-범실)/공격횟수)에선 임동혁(69.2%)이 막심(19.4%)보다 월등히 높았다. 막심이 더 많은 견제를 받는 걸 감안해도 임동혁의 활약이 대단했다.

백업으로 밀려났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은 임동혁은 "챔프전 때마다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 기용은 감독이 한다. 코칭스태프, 형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부족함을 고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정한 에이스는 경기를 계속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순간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3월 31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임동혁(오른쪽)을 응원한 한국전력 임성진. 인천=김효경 기자

3월 31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임동혁(오른쪽)을 응원한 한국전력 임성진. 인천=김효경 기자

2차전에는 학창시절부터 함께 뛴 임성진(한국전력)이 찾아와 임동혁을 응원했다. 경기 뒤 두 사람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했다. 임동혁은 "성진이가 전날 연락해와서 어렵게 표를 구해줬다. '교체로 들어가서 어떻게 그렇게 잘하느냐'며 칭찬해줬다"며 "'3차전도 올 거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했다. 안 오면 우승 턱을 성진이한테는 안 내겠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임동혁은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마지막까지 우승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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