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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0도~영상 60도 혹한의 날씨 구현, 벤츠도 이런 시설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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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27일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차량이 공기역학에 맞게 디자인됐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지난달 27일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차량이 공기역학에 맞게 디자인됐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연기관과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를 함께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 정도 규모의 친환경차 시험시설은 없다고 해요. 영하 40도~영상 60도의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곳에서 개발한 차는 시베리아부터 중동까지 어디서든 달릴 수 있죠.”

지난달 27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상용환경풍동시험실에 들어서자 수소 전기 트럭 엑시언트가 실험실 전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가스를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이 연구원은 “최첨단 장비로 세계 곳곳의 날씨·환경을 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험실에 들어선 지 1분쯤 지나자, 이마 위로 땀이 맺혔다. 태양을 모사한 조명이 쏟아진 탓이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연구 기지다. 연구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 차량이 글로벌 무대에서 상을 휩쓴 비결도 바로 이곳에 있다”고 귀띔했다. 1995년 출범한 남양연구소는 신차·신기술 개발부터 디자인·설계·시험·평가 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최근 이곳에선 전기차·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기차동력계 시험실에서 로봇을 활용해 가·감속 제어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전기차동력계 시험실에서 로봇을 활용해 가·감속 제어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이날 들른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핵심 구동계인 모터·인버터의 성능과 효율을 평가해 전기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다. 그중 4축 동력계 실험실에 들어서자 현대차 아이오닉 5 운전석을 차지한 노란 로봇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이동화 전동화구동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원격제어를 위한 로봇은 발 두 개, 손 하나를 갖고 있어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고 변속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1만4545㎡(약 4400평), 국내 최대 규모인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새 차를 개발한 뒤 혹독한 모의고사를 치르는 곳이다.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진동·소음(NVH) 등 다섯개 분야에서 300여 가지 시험을 진행한다. 시험장 한쪽에선 협동 로봇이 손을 길게 뻗어 승합차 쏠라티의 트렁크를 계속 여닫았다. 내구성 시험을 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남양연구소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차 경쟁력을 높이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연구소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규모와 수준의 시험 설비들을 갖춘 덕분에 전동화 시대에 돋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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