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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3경기만에 홈런포…이정후, 파워도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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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샌프란시스코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이정후가 31일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데뷔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때려낸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이정후가 31일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데뷔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때려낸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25)가 3경기 만에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터드렸다. 아버지 이종범(54) 코치가 관중석에서 아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이정후는 3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9일 빅리그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30일 경기에서는 5타수 2안타를 기록한 데 이어 세 번째 경기에서 드디어 홈런을 터뜨렸다. 3경기 연속 안타·타점을 기록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33(12타수 4안타)가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마이클 콘포토의 홈런을 묶어 9-6으로 이겼다.

이정후는 1회 초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 딜런 시즈를 상대로 3구째 시속 96.9마일(약 156㎞)의 빠른 공을 잡아당겨 2루수-유격수 사이로 굴러가는 안타성 타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2루 베이스 쪽에 바짝 붙어있던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이 빠르게 잡아서 아웃시켰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중견수 앞으로 빠르게 굴러가는 타구를 날렸지만, 김하성이 귀신같이 2루 베이스를 넘어가 잡아냈다. 시속 104.4마일(168㎞)의 빠른 타구였지만, 김하성은 문제없다는 듯 가볍게 아웃으로 연결했다.

이정후는 2-0으로 앞선 5회 초 1사 2, 3루에서는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시즈의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우익수 방면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날려 보냈다. 샌디에이고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전력 질주해 간신히 잡아내는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정후는 3-1로 앞선 8회 초 네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다. 왼손 사이드암 투수 톰 코스그로브의 3구째 몸쪽 스위퍼를 걷어 올려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발사각은 32도로 높았지만, 406피트(123.7m)나 날아가 관중석에 떨어졌다. 이정후는 MLB에서 홈런을 터뜨린 15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다.

이정후의 홈런이 나오자 환호하는 아버지 이종범 텍사스 코치(가운데). [TV 중계 화면 캡처]

이정후의 홈런이 나오자 환호하는 아버지 이종범 텍사스 코치(가운데). [TV 중계 화면 캡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이종범 텍사스 레인저스 코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미국 폭스 TV 중계진은 “전설적인 아버지의 앞에서 아들이 홈런을 쳤다”고 소개했다. 이정후는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관중석에 있는 아버지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를 처음 보면 콘택트 능력만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매우 빠른 타구를 자주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는 ‘정후 날려버려’라는 한글 문구와 함께 이정후의 첫 홈런을 축하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붙박이 주전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KBO리그에서도 통산 타율(0.340) 대비 좌완 투수 상대 기록(0.327)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빅리그에 진출한 만큼 왼손 투수의 공도 잘 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첫 홈런이 의미가 크다. 멜빈 감독도 “까다로운 왼손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생소한 유형의 투수였다. 그래도 비슷한 투구 폼을 갖춘 (김)대유(KIA 타이거즈) 형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김대유 형을 상대로) 홈런을 2개인가 쳤다. 그 느낌으로 타석에 임했다”고 했다. 홈런을 터뜨린 뒤 담담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돈 이정후는 이어 “엄청 기쁘기보다는 ‘홈런 쳤네. 이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선 2017년 데뷔한 뒤 7경기 만에 첫 홈런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쳤던 첫 홈런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은 MLB 첫 홈런이지만, 그때는 프로 첫 홈런이었다. 당시엔 하늘을 나는 기분 같았다”고 돌아봤다.

전날 이정후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김하성은 이날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0.167(18타수 3안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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