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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 ‘대세’ 교체…아이스크림 지고 반려동물용품 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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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무인점포의 전성시대

서울 강서구의 한 무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

서울 강서구의 한 무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

판매 직원이 없는 ‘무인(無人)점포’ 전성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무인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무인점포 트렌드도 바뀌었다. 최근 반려동물(펫)의 간식·사료·영양제를 판매하는 점포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와 달리 무인점포의 원조격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매출 증가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31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무인점포 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신한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무인점포 신규 가맹점 수는 5년 전보다 4.81배 늘었다. 카드 이용 건수와 이용 금액도 2019년 대비 각각 324%, 391% 불어났다. 2019년 수치를 100으로 놓고 연도별로 지수화한 데이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발달한 데다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무인점포의 장점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무인점포는 6323개로 파악됐다. 이중 아이스크림 점포가 2011개로 가장 많다. 전체 점포의 31.8%를 차지한다. 뒤를 이어 세탁소(1975개), 스터디카페(967개), 사진관(708개), 밀키트(662개) 등의 순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무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 증가세가 가파르다. 관련 매출이 처음 잡힌 2020년 수치를 100으로 놨을 때 지난해 이용 건수는 3523%, 같은 기간 이용 금액은 7254%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로 따지면 이용 건수는 145%, 이용금액은 193%에 달한다. 특히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이용 건수가 363% 늘었다. 무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을 찾는 이용객이 두드러진 시기다.

문구점과 카페, 세탁소도 직원이 없는 ‘무인점포’가 골목상권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무인카페와 무인문구점 이용 건수는 2019년 대비 6765%, 5703% 증가했다. 무인 세탁소의 이용 건수 연평균 증가율도 49%다.

하지만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이용 건수는 최근 한풀 꺾였다. 2021년 이용 건수는 2019년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2022년 대비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창업 경험이 있는 A씨는 “무인점포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만큼 창업이 늘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인 판매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는 판매 아이템의 차별화가 중요하다”며 “소비자가 24시간 무인점포에서 긴급하게 필요한 물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도록, 장소·시간적인 측면에서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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