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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어법으로 열정을 연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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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9일 서울 평창동의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 제 50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에서 시상자와 수상자가 함께 했다. 왼쪽부터 성악부문 심사위원장 김영환 추계예대 교수, 후원사인 KT&G 커뮤니케이션실장 이원희, 바이올린 1위 박서현, 2위 김유하, 첼로 1위 채태웅, 2위 한예림, 3위 이유찬, 성악(남) 2위 임하린, 3위 변희창, 성악(여) 3위 김나현, 피아노 1위 김동주, 공동2위 여윤지·차준호, 작곡 1위 이하느리, 공동2위 김조신·박상은, 클라리넷 1위 이극찬, 2위 이하늘, 3위 오혜인,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 [사진 중앙음악콩쿠르]

지난달 29일 서울 평창동의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 제 50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에서 시상자와 수상자가 함께 했다. 왼쪽부터 성악부문 심사위원장 김영환 추계예대 교수, 후원사인 KT&G 커뮤니케이션실장 이원희, 바이올린 1위 박서현, 2위 김유하, 첼로 1위 채태웅, 2위 한예림, 3위 이유찬, 성악(남) 2위 임하린, 3위 변희창, 성악(여) 3위 김나현, 피아노 1위 김동주, 공동2위 여윤지·차준호, 작곡 1위 이하느리, 공동2위 김조신·박상은, 클라리넷 1위 이극찬, 2위 이하늘, 3위 오혜인,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 [사진 중앙음악콩쿠르]

1975년 시작한 중앙음악콩쿠르가 올해로 50회를 맞아 KT&G의 후원으로 서울 평창동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렸다. 그동안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김대진, 베이스 연광철, 테너 김우경 등을 수상자로 배출했던 한국 굴지의 음악 대회다. 올해는 총 583명이 참가했고 19명이 입상했다. 1위 입상자들의 소감과 심사평을 전한다.

“최연소 출전…모든 악장 다르게 썼다”

작곡 1위 이하느리

이하느리

이하느리

이하느리(18·한예종1)는 작곡 부문의 참가 가능한 나이(2006년 2월 28일 이전)를 넘기자마자 작곡 부문 최연소로 출전해 1위에 올랐다.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첼로를 위한 현악4중주의 과제곡을 자신만의 어법으로 썼다. “세 악장을 완전히 다르게 쓰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진행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또 “3악장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무사히 연주되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는데 1위를 하게 돼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4세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한 이하느리는 초등학교 때 작곡으로 전공을 결정했다.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졸업한 후 검정고시를 거쳐 한예종에 입학했다. 작곡의 매력에 대해 “간단하다. 듣기 좋은 음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순간의 감정을 증폭, 이게 첼로 매력”

첼로 1위 채태웅

채태웅

채태웅

채태웅(19ㆍ한예종3)은 자신의 출발 지점과 같은 작곡가의 작품으로 1위에 올랐다. “초등학생 때 미샤 마이스키의 하이든 협주곡 연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첼로가 그렇게 신선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고 첼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그는 결선에서 하이든의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출전해 3위를 수상했던 연주자다.

채태웅은 어려서는 피아노ㆍ바이올린을 병행했고 지금은 취미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한다. “재즈와 밴드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많은 장르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음악의 매력은 순간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이라는 그는 “내 자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며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30분 넘는 곡, 완전히 몰입해 연주”

피아노 1위 김동주

김동주

김동주

“아무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몰입되는 순간이 있는데, 이번 결선 무대가 바로 그랬다.” 김동주(20·서울대2)는 결선에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했다. 30분 넘는 긴 호흡의 이 곡을 연주하며 “첫 몇 음을 치는 순간 안정감을 느꼈다”고 했고 1위에 올랐다. 그는 이런 몰입의 순간을 찾으며 피아노를 공부한다고 했다.

“워낙 큰 대회다 보니 중앙음악콩쿠르에 출전하면서 압박감이 심했다. 요즘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떨어지던 순간이었는데 최선을 다했고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7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초등학교 5학년에 피아노로 전공을 결정한 그는 “내가 음악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을 진심으로 전달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음악 가족의 막내…표현 잘되면 희열”

클라리넷 1위 이극찬

이극찬

이극찬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회라 꼭 출전하고 싶었다.” 이극찬(20ㆍ한예종4)은 음악 가족의 막내다. 아버지가 클라리넷, 어머니는 호른 연주자이고, 세 살 위의 형은 실용 음악 보컬 전공이다. 이길 ‘극’과 빛날 ‘찬’의 조합인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줬다. “음악을 당연한 듯 시작했고 중학교 때부터 흥미를 느껴 열심히 했다”는 그는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 1학년에 한예종에 영재로 입학했다.

“클라리넷은 가능성이 많은 악기이고 역사가 길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표현이 잘될 때 희열을 느끼며 계속해왔다.” 프랑스의 작곡가 토마시의 작품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솔로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병행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손가락 부상, 음악 큰그림 본 계기”

바이올린 1위 박서현

박서현

박서현

“1차 예선 3주 전에 왼손 손가락에 부상이 왔다. 2주 넘게 아무 연습도 못했다.” 박서현(19ㆍ서울대2)은 “그동안 회복에만 전념하면서 오히려 음악의 큰 그림을 봤다”고 했다. 바이올린 뿐 아니라 교향곡, 피아노 음악, 실내악 같은 작품까지 관심 범위를 넓히면서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그동안 많은 걸 배웠다. 기술보다는 음악이 주가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간”이라고 기억했다. 다시 악기를 잡고 음악에 전념했고, 본선에서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연주하며 1위에 올랐다. 그는 “과분하고 영광스러운 결과”라면서 “콩쿠르가 맹목적인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음악으로 귀결돼야 한다고 본다. 음악에 의미를 부여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노래 10년, 소리의 길 이제 찾았다”

성악 여자 1위 박준원

박준원

박준원

박준원(28ㆍ한예종 예술전문사)은 콩쿠르 결선 무대를 끝낸 날 바로 실전 공연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공연에 국립합창단 단원으로 참여한 것.

노래를 고등학교 3학년에 시작한 그는 “시작한 지 10년 만에 큰 상을 받아 기쁘다”고 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중앙음악콩쿠르에는 앞서 두 번 출전했지만 한번도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소리의 길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말 한 달 밖에 안된 것 같다. 특히 한예종에서 홍혜란 교수님께 배우기 시작하면서 소리 내는 방향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다. 짧은 시간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그는 “홍 교수님뿐 아니라 노래하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신 류현수ㆍ고덕환ㆍ정선영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한다”고 전했다.

개성 담긴 디테일 돋보여, 입상 순위 무색했다

2024 중앙음악콩쿠르 본선 심사평

제50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명단

제50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명단

◆첼로=본선 진출자 3명은 개성에 맞게 이 곡을 잘 소화하여 좋은 연주를 했으며 순위는 심사위원의 취향의 차이일 것이다. 첫 연주자는 음악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연주를 했지만 잦은 음정 실수가 아쉬웠다. 두 번째 연주자는 깨끗한 소리와 음색으로 아카데믹한 연주를 했지만 화성과 프레이즈의 타이밍에 좀 더 신경 쓴다면 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세 번째 연주자는 음악을 끌고 가는 능력이 탁월했다. 가끔 들리는 음정의 실수는 살짝 아쉬움으로 남는다. 심사위원장 임경원

◆바이올린=바이올린 부문 본선에 오른 5명 모두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수준 높은 연주를 보여주었다. 화려한 테크닉, 음악적 기량과 표현을 유감없이 발휘해주었으며 곡의 이해와 해석 또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더욱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하여 더 좋은 연주자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장 김현아

◆작곡=이번 본선에서는 기술적 숙련도를 바탕으로 세련되고 정제된 음향을 구현한 작품과 기술적으로는 다소 부족하고 투박하지만 작곡가 고유의 목소리와 소신이 엿보이는 작품들로 나뉘었다. 심사과정에서 불필요한 음향의 무의미한 나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콩쿠르의 특성상 젊은 작곡가들의 고민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나,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작품이 세상에 그 존재감과 빛을 발할 거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심사위원장 이신우

◆피아노=본선 진출자 3인이 50여분의 프로그램을 완성도 높은 기량으로 흐트러짐 없이 연주한 것에 찬사를 보낸다. 첫 연주자는 다양하고 섬세한 색채감, 자연스러우며 세련된 프레이징, 유연한 음악적 흐름이 돋보였다. 2번 연주자는 안정된 구성과 탄탄하고 다이내믹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3번 연주자는 내포한 수많은 다양한 감정과 표현을 짜임새 있고 효과적으로 연주했다. 심사위원장 김영호

◆클라리넷=본선 지정곡 앙리 토마시의 협주곡을 5명의 본선 진출자의 연주로 들었다. 어려운 곡을 한치의 오차도 흔들림도 없이 연주해 놀라울 따름이었다. 입상 순위는 실력의 차이 보다는 심사위원이 어떤 음악적 성향을 더 좋아하느냐의 차이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들의 음악적 이해력과 연주 테크닉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고 가치 있는 일인지, 이를 이해하는 인구가 적다는 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심사위원장 동준모

◆성악=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총 9명의 남여 경연자들은 가곡과 아리아 4곡을 노래했다. 본선이라는 무대가 주는 압박과 무게감을 견디며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갈고 닦은 재능을 맘껏 보여주었다. 성악적, 음악적 균형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쉼 없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겠지만 결국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는 진정성과 감동을 소리로 담아낼 수 있는 그 날까지 쉼 없이 정진하길 바란다. 심사위원장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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