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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가계빚, 3년 반만에 100% 밑도나…기업 빚은 증가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약 1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1~3월)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빚) 비율이 약 3년 반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커졌다. 반면 기업대출은 한 달 사이 8조 가까이 불어나는 등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3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28일 기준 693조68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잔액(695조7922억원)보다 2조1088억원 줄어든 수치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건 지난해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8일 기준 536조307억원으로 집계돼 2월 말 잔액(537조964억원)보다 1조657억원 줄었다. 전월 대비 주담대 잔액이 줄어든 것 역시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신용대출 잔액(103조497억원)은 한달 사이 6354억원 줄어들면서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올 1분기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약 3년 반만에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 금융권 가계대출에서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비(非)은행권까지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이미 2월(-1조8000억원) 11개월만에 감소세를 보이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한은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2.1%에 이르는 만큼, 1분기부터 경제 성장률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의 분모가 더 커지기 때문에 100%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 2020년 3분기 주담대 잔액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100.5%를 기록했고, 지속적으로 100%를 상회해왔다. 가계 빚이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란 의미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이 비율을 100.6%로 추산하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8일 기준 5대 은행 기업 대출 잔액은 784조4562억원으로 지난달 말 잔액(776조7107억원)보다 7조7455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이 3조8183억원, 대기업 대출이 3조9272억원 증가하면서다. 지난해 말 잔액(767조3139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기업대출 잔액이 17조1423억원 증가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대출 수요가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기업대출 영업이 강화됐던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은행권에서 0.41%, 비은행권에서 4.07%로 집계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연체율이 1.93%로 대기업(0.11%)보다 높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을 밑도는 취약기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4.4%다. 2022년(37%)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한은은 “전기전자, 석유화학, 건설 등 업종의 업황 부진과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 등을 통해 은행권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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