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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MB 전봇대’ 아직도 남았다…대불산단, 111개 뽑는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2008년 1월 20일 대불산업단지 내 현대미포조선 서쪽 문 부근에 있는 콘크리트 전봇대를 뽑아내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2008년 1월 20일 대불산업단지 내 현대미포조선 서쪽 문 부근에 있는 콘크리트 전봇대를 뽑아내고 있다. 중앙포토

“(영암 대불산업단지) 전봇대를 옮기는 것도 몇 달이 지나도록 안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 회의에서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단 전봇대를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지적했다. 산단 내 전봇대가 대형트럭 이동에 방해가 되는데도 탁상행정 때문에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명박 당선인이 지적하자 사흘 뒤 담당 공무원들이 전봇대를 뽑았다.

‘규제 상징’ 전봇대…국비로 추가 철거

지난 25일부터 배전·통신 선로 지중화사업이 시작된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단 내 전봇대. 최경호 기자

지난 25일부터 배전·통신 선로 지중화사업이 시작된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단 내 전봇대. 최경호 기자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대불산단 19.3㎞ 구간에 있던 전봇대 255개를 철거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전봇대 제거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영암군은 30일 “대불산단 입주기업 숙원인 배전·통신 선로 지중화사업이 지난 25일 재개됐다”고 밝혔다. 공사대상은 대아산업2공장에서 문성까지 총 2.59㎞구간이다. 내년 8월까지 전봇대 111개를 뽑아내고, 배전·통신 선로를 땅에 묻는다.

대불산단 전봇대 제거 사업은 ‘2023년 정부의 그린뉴딜 지중화사업’에 선정되면서 재추진 발판을 마련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전남도와 한전, 산단공 대불지사, 대불산단 경영자협의회 등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관련 사업비 112억4000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선박 블록보다 낮으면 ‘전선 절단’

대불산단 입주업체의 한 직원이 도로 쪽에서 인도 쪽으로 2m 옮겨진 전봇대를 손라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 직원이 서 있던 곳에 원래 전봇대가 있었다. 중앙포토

대불산단 입주업체의 한 직원이 도로 쪽에서 인도 쪽으로 2m 옮겨진 전봇대를 손라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 직원이 서 있던 곳에 원래 전봇대가 있었다. 중앙포토

그동안 대불산단 입주 업체들은 선박 구조물(최대 32m)보다 낮은 전선(8∼12m) 때문에 불편을 겪어왔다. 공장에서 제작한 선박용 블록 등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전봇대를 맞닥뜨리면 전선을 절단하거나 먼 거리를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1회당 600만원에 달하는 선로 절단 비용도 모두 업체 측이 부담해왔다.

영암군 관계자는 "대불산단은 조성 당시 자동차·기계 중심의 일반산단이었으나 대형 선박 블록이나 철 구조물 등 조선산업이 대거 입주하면서 선로 지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연간 20억원 물류비 절감 효과 

2008년 1월 18일 저녁 전남 영암 대불공단 안 대상중공업에서 선박 블록을 반출하기 위해 공장 입구의 전선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보다 큰 블록을 수송할 때는 전선을 끊고 나온 뒤 다시 잇는 작업을 해야 한다. 중앙포토

2008년 1월 18일 저녁 전남 영암 대불공단 안 대상중공업에서 선박 블록을 반출하기 위해 공장 입구의 전선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보다 큰 블록을 수송할 때는 전선을 끊고 나온 뒤 다시 잇는 작업을 해야 한다. 중앙포토

영암군은 전선 지중화사업이 마무리되면 선박 기자재 운송여건 개선 등을 통해 연간 20여억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으나 정부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업의 물꼬를 텄다”며 “안전사고 없이 사업을 완료해 선박 운송환경을 개선하고, 산단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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