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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해하겠다"…빚 다 갚았는데도 5800건 '문자 폭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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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신에게 돈을 빌렸다가 되갚은 30년 지기를 끔찍한 방법으로 장기간 괴롭힌 6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31일 전주지법 형사3단독(정재익 부장판사)은 감금 및 재물손괴, 폭행, 협박,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68)씨에게 징역 2년 3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명했다.

A씨는 2014년 지인인 B씨에게 2억5000만원을 빌려준 뒤, 이를 갚으라며 10년 가까이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8년 7월에는 B씨를 찾아가 휴대전화와 자동차 열쇠를 빼앗고는 “당장 돈을 안 갚으면 못 나간다”며 건물에 감금했다. 이후 A씨가 잠든 사이에 B씨가 도망가자 A씨는 B씨를 뒤쫓아가 뺨을 여러 번 때리는 등 폭행했다.

그는 2022년 3월 채무 전액을 변제받고 나서도 ‘돈을 더 달라’며 B씨에게 지속해서 연락하는 등 괴롭혔다.

A씨가 2022∼2023년 B씨에게 문자·음성·SNS를 통해 보낸 메시지는 모두 5875건에 달했다.

그가 보낸 메시지에는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문자는 예사이고, 딸과 사위·손주 등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하겠다는 끔찍한 협박성 내용이 가득 담겼다.

심지어 몰래 촬영한 B씨의 신체 특정 부위를 사진으로 전송해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줬다.

A씨는 2023년 법원으로부터 ‘피해자의 주거지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말 것’, ‘피해자에게 휴대전화 문자·음성을 보내지 말 것’ 등의 잠정조치 결정을 받은 이후에도 협박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법정에서 “오래 알고 지낸 B씨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는데도 돈을 갚지 않아서 그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정 판사는 “피고인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으로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딸과 사위·손주 등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을 했고, 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범행했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꾸짖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보낸 메시지는 상스러운 욕설뿐만 아니라 음란하고 난잡한 단어가 대부분이어서 범행 횟수와 기간에 비춰볼 때 피해자는 크나큰 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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