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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 제친 쏘렌토, 쏘나타 앞에 K5…형보다 더 잘나가네, 기아차 질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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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호 14면

현대차 위에 기아차

‘동생’이 ‘형’보다 잘나간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맏형 현대차를 아우 기아가 주요 차급 판매량에서 앞서고 있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산차 판매량 1위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기아 쏘렌토(1만9516대)로, 같은 차급의 현대 싼타페(1만7651대)를 2위로 밀어냈다. 3위와 4위도 기아다. 중대형 SUV인 기아 카니발(1만5783대)이 3위, 준중형 SUV인 기아 스포티지(1만3285대)가 4위다. 또 7위에 소형 SUV인 기아 셀토스(8204대), 8위에 경형 레저용차량(RV)인 기아 레이(8156대)가 올라 판매량 톱10 중 다섯 자리를 기아가 차지했다.

레이

레이

기아의 선전은 같은 차급 간 판매량 비교에서 두드러진다. 중형 세단에서 기아 K5의 지난달 판매량은 2945대로, 왕년의 1인자였던 현대 쏘나타(1202대)의 2.5배다. 준중형 SUV에서 현대 투싼이 1~2월 스포티지의 약 3분의 2밖에 안 팔린 것도 상징적이다. 사실 기아의 매서운 기세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3년간 기아는 매출(2021년 69조8624억원→2022년 86조5590억원→지난해 99조8084억원)과 영업이익(5조657억원→7조2331억원→11조6079억원) 모두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기아는 가격대가 높고 수익성이 좋은 SUV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지난해 영업이익률 11.6%를 기록, 현대차(8.2%)에 크게 앞섰다. 기아가 두 자릿수의 연간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기아는 이익 창출력 개선으로 3년간 매년 4조원 이상의 현금을 축적하면서 생산력 확대와 신차 연구·개발(R&D)을 위한 여력을 키우는 등 선순환 구조를 강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기아가 현대차의 독주를 견제할 만큼 질주하는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갈래로 분석한다. 첫째, 통상 승차감이 약점인 SUV에서 승차감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쏘렌토 하이브리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의 경우 서스펜션(노면의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한테 전달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장치) 강화로 승차감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현대차보다 차체 하부를 단단하게 세팅하는 편인데, 탑승자 입장에선 덜 부드럽더라도 장거리 주행 때 멀미가 덜 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구조”라고 전했다.

둘째, 판매량 증가 효과가 큰 젊은 세대 및 여성 취향의 디자인으로 어필하고 있다. 셀토스의 경우 2022년 부분변경 후 지난해 여성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2만2296대가 팔려 아반떼(2만918대) 등을 제쳤다. 세련된 외관 못잖게 실내 디자인에도 공을 들여 하이엔드(최고 품질) 감성을 원하는 20~30대 여성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게 기아 측의 설명이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5~09년 기아자동차 대표 시절 ‘디자인 경영’에 사활을 건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정 회장은 아우디 TT 등을 디자인한,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디자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카니발

카니발

그 결과 2010년 첫 출시된 K5는 ‘직선의 단순함’(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이라는 슈라이어 특유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돼 큰 인기를 끌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디자인 강화를 위한 기아의 우수 인재 수혈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는 메르세데스-벤츠 출신인 올리버 샘슨, BMW 출신인 임승모 디자이너를 각각 기아유럽디자인센터장과 기아중국디자인담당으로 최근 선임했다. 셋째, 공간 활용성 강화다. 레이의 경우 최근 5년간 법인 및 사업자 등록 비율이 32%로 국내 경차 중 유일하게 30%를 넘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는 “레이는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서 경차로는 이례적으로 업무용 차량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쏘렌토

쏘렌토

전문가들은 올해 기아의 돌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수익성 유지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국내뿐 아니라 북미와 인도 시장에서도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지난해보다 업황이 다소 둔화해 매출 신장세가 한 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전기차(EV) 등 신규 수요 창출 분야의 역량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다. 기아는 송호성 대표가 “그동안 중국 시장에 (기아의) 전기차가 없어 힘들었다”고 말하는가하면, 야심차게 선보였던 준대형 전기 SUV인 EV9의 판매량이 저조해 EV 분야가 고민거리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소형 전기 SUV인 EV3를 출시,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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