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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에 시간도 오락가락…기후변화에 자전 속도 느려져

중앙일보

입력

먹이 찾아 도시에 온 북극곰. 굶주린 북극곰 한 마리가 서식지에서 수백㎞ 떨어진 러시아 노릴스키에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이들의 서식지를 손상하고 먹이활동을 어렵게 한다고 말한다. AFP=연합뉴스

먹이 찾아 도시에 온 북극곰. 굶주린 북극곰 한 마리가 서식지에서 수백㎞ 떨어진 러시아 노릴스키에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이들의 서식지를 손상하고 먹이활동을 어렵게 한다고 말한다. AFP=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 자전속도 변화로 전세계 시간 변화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극지방의 얼음이 지구 자전의 속도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시간 측정에도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초 자전 속도가 빨라져 2026년에 사상 최초로 1초를 빼야 하는 상황(마이너스 윤초)이었지만 기후변화가 자전 속도를 늦춰 적용 시기가 2029년으로 3년가량 늦춰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다.

27일(현지시간) AFP·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의 덩컨 애그뉴 연구팀은 1990년 이후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지구의 자전 속도가 기존에 과학자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느려지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이날 네이처지에 게재했다.

지구의 자전 주기는 하루가 정확히 24시간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기본적으로는 불규칙하다. 태양과 달에 의한 조석력이나 지진, 자전축 변화 등으로 인해 자전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거나 느려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규칙성으로 인해 지구의 천문 현상을 기준으로 한 ‘세계시’(천문시)와 원자의 진동수를 기준으로 만든 인공시인 ‘원자시’ 사이의 미세한 오차가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이 오차를 없애기 위해 세계시와 원자시를 합쳐 보완한 ‘세계협정시’(협정시)를 개발했다.

국제 표준시로 사용되는 이 협정시는 기본적으로 원자시를 기준으로 하루를 정의하되, 실제 낮과 밤을 가져다주는 세계시와 이를 비교해 차이를 보정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두 시간의 차이가 누적되어 0.9초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과학자들은 협정시에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윤초’(leap second)를 발표해 이를 일치시켜왔다.

이론적으로 지구 자전 속도가 원자시가 정의한 하루보다 더 빠르면 1초를 빼는 ‘음의 윤초’, 속도가 느려지면 1초를 더하는 ‘양의 윤초’를 시행하는 식이다.

윤초는 1972년 처음 도입된 이래 2016년까지 총 27차례 시행됐으며, 이는 모두 1초를 더하는 양의 윤초였다.

최근 들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 자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역사상 최초로 하루에서 1초를 빼는 음의 윤초가 빠르면 2026년 시행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해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기에 변수가 생겼다는 것이 애그뉴 연구팀의 주장이다.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심해 조류인데 이들은 연구에서 극지방의 얼음이 녹은 물이 지구 자전축에서 멀리 퍼지면서 자전 속도를 원래보다 느리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겨 선수가 회전할 때 팔을 어깨 아래로 내리면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때문에 당초 2026년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음의 윤초 도입은 3년 뒤인 2029년까지 미뤄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윤초는 너무 짧아 우리가 체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천 분의 1초 단위로 체결되는 증권 거래 등 컴퓨터 시스템에서 1초는 매우 긴 시간이라며 1초를 삭감하는 데 따른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애그뉴 교수는 “많은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양의 윤초’를 가정하고 있어 음의 윤초가 시행되면 이를 모두 재설정해야 한다”며 “이는 전에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상황이며 전 세계의 모든 기반 시설이 동일한 시간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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