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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적자' 서울버스 파업 종료…공공요금 인상 청구서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버스노조가 파업을 벌인 28일 오전 서울의 한 공영 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뉴스1

서울시버스노조가 파업을 벌인 28일 오전 서울의 한 공영 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뉴스1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시민들이 28일 출근길 불편을 겪었다. 버스 기사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 대립은 가까스로 봉합했지만 ‘원가에 못 미치는’ 버스 요금 구조는 불씨로 남았다. 대중교통은 물론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억누른 공공요금이 4월 총선 이후 줄줄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오전 4시 첫차부터 시작한 시내버스 전면 파업은 이날 오후 3시 노사 합의로 11시간 만에 종료됐다. 버스 노조는 시급 12.7%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중재한 끝에 시급 4.48% 인상, 명절 수당 65만원에 합의했다.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이면에 시내버스 업계의 ‘만성 적자’ 운영 구조가 잠재해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버스는 탈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요금으로 버는 수입이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낮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버스 회사’가 적자를 내는 것은 아니다. 시내버스 ‘준(準)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시가 적자를 부담한다. 운송 수입을 서울시에 귀속하는 대신 서울시가 버스 회사에 ‘표준운송원가(인건비·유류비·정비비)’를 적용한 운송 비용을 보전하는 구조다. 서울시에 따르면 승객 1명이 버스를 탈 때마다 적자가 658원 발생한다(2021년 기준). 서울시는 2022년 8114억원을 버스 회사 적자를 메우는 데 썼다.

대중교통은 민심과 밀접한 공공 서비스다. 적자가 난다고 해서, 물가가 올랐다고 해서 바로 요금을 인상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버스·지하철 요금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2015년 1200원(교통카드)으로 인상한 뒤 8년간 요지부동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해에야 1500원으로 300원 인상했다. 지하철 요금은 2015년 1250원(교통카드)에서 지난해 1400원으로 150원 올렸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버스노조는 임금 인상을 파업 원인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버스 기사 처우가 열악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근속 7~10년 차)의 지난해 기준 월평균 임금은 551만2329원이다. 2022년 말 기준 전국 임금 근로자 월평균 임금(353만원)의 1.5배 수준이다.

파업은 장기간 동결한 버스 요금과 무관하지 않다. 시가 버스 회사의 적정 이익률을 보장할 때 적용하는 기준인 표준운송원가 상승률이 최근 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한다. 결국 버스 요금 장기 동결→버스 회사 경영 부담→버스 기사 임금 인상 여력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양재환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990년~2000년대 1~2년 주기로 50~100원씩 버스요금을 인상하다 최근 요금 조정 주기가 길어졌다”며 “버스 요금 인상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대중교통 운영을 위해서라도 요금 조정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버스 요금을 얼마나 인상해야 하느냐는 합의의 영역이지만 현실화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4월 총선 이후가 문제다. 표심을 의식한 정부가 대중교통은 물론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틀어막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일제히 오를 수 있다. 당장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이 이르면 7월부터 1550원으로 오른다. 경기도는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을 위한 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제주는 상반기 중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부터 동결한 전기·가스 요금도 인상을 본격화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50조원 수준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국제유가 불안 등의 영향으로 공공요금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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