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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 "30석 좌우할 전략 있다…정부 뒷목 잡고 쓰러질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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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54)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 당선인 측 제공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54)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 당선인 측 제공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지만, 정부·여당에게는 굉장히 아픈 방법으로 투쟁할 겁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54)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의료계 반발이 6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의협을 이끌게 된 임 당선인은 당선 직후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으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정부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의협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는 “이번 총선을 결판낼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라고도 했다.

임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총선을 결판낼 전략’에 대해 “싸우는 상황에서 전략을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정부·여당이 ‘아, 이런 아픈 방법이 있었구나’라고 뒷목 잡고 쓰러질 만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대화를 시작하는 조건으로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을 내건 임 당선인은 대화체 구성에 대해서는 “의협과 정부, 일대일이어야 한다”며 “의협이 의료계의 유일한 법정 단체이기 때문에 다른 의료계 단체는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가 2000명 증원을 확정한 상황에서 오히려 500~1000명 감원을 주장했는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만큼 전문의 진료를 빨리 볼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여야 비례대표 후보로 각각 출마한 안상훈 전 청와대 사회수석과 김윤 서울대 교수와 같은 폴리페서(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괴벨스식 선동이다.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의사 부족에 대한 근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보건의료 지표는 한국이 OECD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좋다.”

-그렇다고 감원까지 필요한 이유는.
“예전에 비해 건강하게 나이 드는 시대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고 의료 수요가 느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또 지금과 같은 저출생 상황에서 의사를 늘리는 것은 현재의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가 전체 발전 측면에서도 한국을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만든 공학자, 과학자, 기업가 등의 인력을 더 대우해야 한다. 의료 공급이 이미 충분한 상황에서 의사만 많이 만드는 건 국가 장래를 망치는 길이다.”

-지역·필수의료에 의사 부족은 인정하지 않나. 정부는 증원과 함께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약속했는데.
“대통령실이 말한 ‘필수의료 특별회계’ 등 재정 투입 부분에 디테일이 없다. 재원을 어디서 마련해서 어느 정책에 얼마를 투입해야 하겠다, 어떤 법적 근거로 하겠다 등의 디테일이 하나도 없다. 약속해놓고 나중에 ‘기재부에서 잘라 먹었다’ ‘국회에서 잘라 먹었다’ 이런 얘기를 몇십 년째 복지부에게 들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거다. 내가 작년 3월 29일에 ‘소아과 폐과 선언’을 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해결된 게 없지 않나.”

-정부는 전문가들 연구를 토대로 2035년이면 의사 1만명이 부족해진다고 한다. 이런 전문가 추계도 믿기 어렵다는 건가.
“연구 당시보다 현재 출생률이 굉장히 떨어졌다. 연구에서 활용한 출생률 자체가 잘못됐는데, 과연 그 자료들을 믿을 수 있을까. 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은 다른 요소들에 대해서는 취임 후에 조목조목 다시 반박할 예정이다.”

-장·차관 파면을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어려운 환경에서 버티던 전공의들에게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온갖 모욕을 다 줬다. 브리핑에서 ‘의새’라고 하거나, 전공의들이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다 행정처분하고 민·형사 조치하겠다거나 하는 등 한마디로 말하면 ‘잡범’ 취급을 한 거다. 따라서 이 사태는 전공의들이 만든 게 아니라, 복지부 관료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단순 경질 정도로 넘어가선 안 된다.”

-장·차관 파면 없이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건가.
“확고하다. 집에 갈 사람하고 왜 대화를 하나. 이 사태의 주범인 정부와는 대화할 생각이 솔직히 없다. 정부 측과 대화하더라도 복지부가 아닌 여당이나 대통령실과 직접 하겠다.”

-대통령실도 2000명 증원은 확고한 방침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대통령의 사과 역시 (대화의) 전제조건이다. 주변 십상시들이 아무리 나쁜 의견을 내더라도 현장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내가 아랫사람들 말만 듣고 잘못 판단했다’라고 분명하고 진솔하게 사과해야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수그러들 거라 생각한다.”

“의사도 리프레시 필요…총파업에 아이돌 부를 수도”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지난해 3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지난해 3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총파업에 필요한 법적 검토도 마쳤다’고 했다.
“의협이 총파업을 주도하기 전에 개원의들이 곧 ‘주 40시간 근무’를 추진할 것 같다. 이는 집단행동이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다 불법 행동은 아니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지만, 정부·여당에는 굉장히 아픈 방법으로 투쟁할 것이다.”

-참가자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총파업을 구상한다고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의사들의 투쟁 방식이 광화문이나 여의도에 모여서 구호 제창하는 식이어서 재미도 없고 참가자들이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졌다.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 의사뿐 아니라 의사 가족들도 ‘야, 이거 진짜 재밌네?’ 느끼는 행사를 할 생각이다. 예를 들면, 놀이공원을 대관하거나 아이돌 가수를 부르는 식이다. 의사들이 자살률이나 파산율도 생각보다 높은데, 리프레시(재충전)해야 환자도 더 잘 볼 수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국민 인식은 부정적인데.
“정부가 300억을 들여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광고를 내걸고 있다. 국민을 이렇게 호도해서는 안 된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돌아오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이 늘고 있고 대학병원 파산 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런 보건의료 위기는 정부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관료와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일하라’는 목소리를 국민들이 총선에서 내주셔야 한다.”

-의협이 의료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 의대 교수들, 전공의들, 의대생 등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모아갈 건가.
“이번 선거 결과가 역대 의협 회장 선거 중 역대급 투표율(선거인 5만681명 중 3만3084명, 65.28%)과 득표율(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 65.43%)이었다. 의사 전 직역이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에 ‘대표성이 없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다. 전공의·의대생·교수 등을 모두 포함해 협상 전략을 짤 것이고, 협상 마무리도 모두가 ‘이 정도면 충분히 됐다’고 할 때 이뤄질 것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교수 단체는 ‘0명’을 요구하는 건 아니란 입장인데.
“교수님들이 (증원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을 때 전공의들이 시큰둥했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주장하시긴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와 ‘책임자의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돌아올 거다. 내가 이 부분을 주장하는 것 역시 협상의 여지 없이 불변이다.”

-정부가 구성하고 있는 대화 협의체 참여는.
“시민단체나 환자단체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무수히 많은 협의체에 참여해봤지만, 우리 뜻대로 반영된 게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는 의협과 정부, 일대일이어야 한다. 의협이 의료계 유일의 법정 단체이기 때문에 다른 의료계 단체도 들어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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