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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회의 세종 이전, 총선 2주 전 불쑥 내놓을 사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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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행정 비효율 해소 등 긍정 요인 많은 것 인정하나

백년대계 사업을 ‘선거용’ 논란 속 추진은 곤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 DC처럼 진정한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 위원장의 세 가지 명분은 ▶행정 비효율의 해소 ▶국가 균형발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다. 일리가 있다. 특히 2012년을 기점으로 정부 부처 대다수가 세종으로 옮겨간 반면, 입법부인 국회는 서울에 있어 행정적 낭비가 심했다. 비효율 비용이 연간 최소 2조원에서 최대 4조원으로 추정된다는 조사도 있었다. 세종과 서울을 오가며 길 위에 뿌려지는 금전적·시간적 비용이 대폭 절감되는 건 분명하다. 또 오랜 기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할 방안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다만 총선을 불과 2주 남기고 나온 국회 세종 완전 이전 공약은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한다. 먼저 법률적 측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추진했던 행정부·청와대·국회 이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2003년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듬해 헌법재판소는 이를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 법리에 따라 수도 이전 및 국회 이전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행정수도’가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국회가 2031년 완공을 목표로 국회 본원이 아닌 분원의 성격으로 세종의사당을 두기로 한 것도 이런 한계를 감안한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종의사당 설치’ 규칙에 따르면 세종시로는 정무위, 기획재정위, 교육위, 문화체육관광위 등 11개 국회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전할 예정이었다. 반면에 운영위, 법사위, 국방위, 외교통일위 등 6개 상임위는 서울에 남고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도 서울에 남게 돼 있다. 그런데 한 위원장의 ‘완전 이전’ 발언은 맥락상 모든 시설을 전부 다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되면 당장 개헌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또 외교부, 국방부 등 서울에 남아 있는 게 마땅한 행정부처의 경우 거꾸로 비효율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총선 직전에 사회적 합의가 미흡한 상태에서 이런 중대 국정 사안을 불쑥 발표한 건 적절치 못했다. 당장 충청권과 고도제한 해제의 수혜를 볼 여의도 일대 및 용산·성동·마포·동작 등 이른바 ‘한강벨트’의 표심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이전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선거용’ ‘정략적 접근’이란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 나라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백년대계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국가적 대사업일수록 더 그렇다. 세종으로 옮긴 정부 부처가 그랬듯, 국회 또한 한번 옮기면 문제점이 드러나도 다시 서울로 이전하기 힘든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