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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탈출한 한국 축구, 공은 다시 KFA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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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축구대표팀이 26일 태국전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탁구 게이트’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새 출발을 다짐했고, 결과로 입증했다. 후반 9분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찔러주고 손흥민(32·토트넘)이 마무리한 합작 골은 ‘원 팀 부활’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황선홍 감독은 소방수 역할을 완수하고 본업인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복귀했다. 이제 바통은 다시 대한축구협회(KFA)로 넘어갔다. 최우선 과제는 6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잔여 경기와 이후 열리는 3차 예선(최종 예선)에 대표팀을 이끌 정식 감독을 뽑는 것이다.

축구대표팀을 이끌 신임 감독은 북중미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는 건 물론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하며 전술적으로도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 대표팀 내 핵심 멤버 다수가 30대에 접어든 만큼 세대교체 작업도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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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대한축구협회의 행정력이다. 역량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앞서 황선홍 임시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노출한 문제점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당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선임에서부터 임시 감독 후보군 구성에 이르기까지 외부에 알려져서는 곤란한 사항이 실시간으로 줄줄이 새어나갔다. 그러면서 축구협회 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축구 관계자가 적잖았다. 정식 감독 선임을 앞두고 또다시 내정설 이 불거질 경우 새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도 전에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컵 준비 기간 카드놀이를 했다는 이른바 ‘카드 게이트’로 민낯이 드러난 협회 행정력도 개선이 시급하다. 축구협회는 “특정 직원의 일탈행위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아시안컵 기간 선수단 안팎에서 해당 직원과 관련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만큼 파장이 컸다. 알고도 방치했든, 전혀 파악하지 못했든 협회의 책임이 적지 않다. ‘붉은 악마’를 비롯한 많은 축구 팬은 현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축구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모든 결정을 하는 현재 시스템 하에선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우선 과제는 능력을 갖춘 차기 감독을 뽑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지도자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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