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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소방수 미션 완수…‘임시’ 꼬리표 떼도 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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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6일 태국전에서 골을 터뜨린 손흥민(아래)이 후배 이강인과 포옹하는 장면. [신화=연합뉴스]

26일 태국전에서 골을 터뜨린 손흥민(아래)이 후배 이강인과 포옹하는 장면.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축구대표팀(A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을 맡은 황선홍(56) 감독이 소방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단기간에 ‘대표팀 선수들 간 갈등 봉합’ ‘태국과의 2차전 승리’, 그리고 본업인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국제대회 우승’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지난 2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차전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3차전에서 태국과 1-1로 비기면서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한국은 태국과의 2연전을 1승1무로 장식하며 사실상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승점 10을 기록한 한국은 오는 6월 싱가포르·중국과의 2차 예선 마지막 2연전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하면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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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의 2연전은 황 감독에게도 의미가 큰 경기였다. 한국은 지난달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4강에서 탈락했다. 대회 직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이 경질됐다. 더구나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대회 기간 몸싸움을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을 A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때부터 황 감독에게 태국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3주였다. 말 그대로 강행군을 펼쳐야 했던 ‘숨가쁜 3월’이었다.

태국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7일 귀국한 황선홍 감독. [뉴스1]

태국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7일 귀국한 황선홍 감독. [뉴스1]

황 감독은 짧은 준비 기간에도 여러 차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손흥민과 몸싸움을 벌였던 이강인을 대표팀에 발탁하면서 ‘내분 논란’에 정면 돌파로 대응했다. 동시에 캡틴은 변함없이 손흥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힘을 실어줬다.

황 감독은 대표팀 소집 첫날 선수들을 불러모은 뒤 ‘선수들만의 시간’을 갖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며 “선수들끼리 (사과하고 오해를) 풀기 전까진 미팅룸에서 나올 생각 말라”고 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물론 다른 선수들도 이때 오해를 풀고 ‘다시 해보자’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인은 26일 태국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쐐기 골을 어시스트했다. 골을 합작한 두 선수는 얼싸안고 기뻐하는 세리머니로 그동안의 논란을 깨끗이 잠재웠다.

‘임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의 숨가쁜 3월

‘임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의 숨가쁜 3월

K리그 최고 공격수로 불리고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공격수 주민규(울산)를 전격 발탁한 것도 황선홍 감독의 결정이었다. 주민규는 태국과의 2연전에 모두 출전해 합격점을 받았다.

유연한 전술 변화도 돋보였다. 지난 21일 태국전에서 1-1로 비기자 황 감독은 27일 태국과의 리턴매치에선 선발 명단 일부를 바꿨다. 기존 대표팀 멤버인 조규성과 이강인을 선발로 내보냈고, 이들은 나란히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본업인 U-23 대표팀의 값진 성과도 이끌어냈다. U-23 대표팀은 26일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호주를 승부차기 끝에 4-3(정규시간 2-2)으로 꺾고 우승했다.

황선홍 감독은 차기 A대표팀 사령탑이 될 수 있을까. 전력강화위원회는 6월 A매치 전 정식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황 감독은 태국전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데다 이번 태국 2연전을 통해 위기 대응 능력까지 검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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