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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납부금·영화표 부담금…‘그림자 조세’ 깎거나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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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외로 출국할 때마다 정부에 내는 출국납부금이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줄어든다. 여권을 만들 때 붙는 국제교류기여금 감면으로 발급비가 3000원씩 줄어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용산 청사에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부담금 정비 ▶263개 규제 한시적 유예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먼저 “부담금은 그림자 조세”라며 “부담금 개수는 2002년 102개에서 올해 91개로 다소 줄었지만, 부담금 징수 규모는 2002년 7조4000억원에서 20년이 지난 올해 24조6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부담금은 공익사업 경비를 해당 사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에게 물리는 준조세를 뜻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에 모든 부담금을 원점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정부는 24조6000억원 규모의 91개 부담금에 대한 검토 작업을 2개월간 진행한 끝에 정비 계획을 확정했다.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을 도입한 이후 부담금을 전면 정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도 추진하지 못했던 과감하고 획기적인 수준으로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주는 부담금을 정비할 것”이라며 학교용지부담금,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등 18개 부담금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즉시 폐지가 어려운 14개 부담금은 감면한다.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은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낮춘다. 면제 대상은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전기요금에 자동으로 따라붙는 전력산업기금 부담금은 전기요금의 3.7%에서 2.7%까지 인하한다. 정부는 4인 가구 평균 연 8000원, 영세 제조업체 기준 연 62만원의 전기요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을 발급할 때 붙는 국제교류기여금은 10년짜리 여권 1만5000원, 5년 여권 1만2000원에서 1만2000원(10년), 9000원(5년)으로 3000원씩 감면한다. 영화표를 살 때 티켓 가격에 포함되는 입장권 부과금은 폐지한다. 입장권 가액의 3%를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부담금으로 부과해 왔는데 앞으론 이를 재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영화표 가격이 1만5000원까지 올랐음을 고려하면 450원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이외에도 껌의 폐기물부담금(판매가의 1.8%) 등 합리성이 부족한 부담금 상당수가 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이어 263건 규제에 대한 한시적 적용 유예 방안도 내놨다. ‘한시적 적용 유예’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것으로, 이번에 8년 만에 재도입됐다. 윤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입지와 시설 규제를 속히 걷어내겠다”며 반도체 산업단지의 고도 제한 완화, 외국인 고용 규제 개선, 승용차 신차 검사 주기 개선, 청년 및 신혼부부 행복주택 거주 기간 연장 등을 언급했다.

금융 지원책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고물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돈이 돌게 하겠다”며 “중소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총 42조원의 자금을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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