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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나와 카메라부터 켰다… 이재명 아이디어 '유튜브 정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러분 반갑습니다. 구독이랑 좋아요 하시죠.”

26일 오후 재판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켰다.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뇌물·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했던 이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3월 29일에도 재판에 나오고 4월 2일, 9일에도 나오라는데, 아유 참”이라며 “검찰이 노린 걸 테니 할 수 없다. 이게 다 대선에서 진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창에는 이 대표를 격려하고 검찰을 비난하는 실시간 댓글이 쏟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차량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뒤편에 옷걸이에 걸린 선거운동복이 보인다. 유튜브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차량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뒤편에 옷걸이에 걸린 선거운동복이 보인다. 유튜브 이재명

유튜브가 정치인의 홍보 수단이 된 지는 오래다. 하지만 이 대표만큼 유튜브를 확실하게 활용하는 정치인은 드물다는 평가다. 특정 연설 장면이나 유세 상황을 제한적으로 중계하는 다른 정치인 유튜브와 달리 이 대표는 유튜브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선거 운동복이 여러 벌 걸려 있는 뒷좌석을 보여주는가 하면, 선거 운동복 상의를 갈아입는 장면도 거리낌 없이 공개한다. 연설 투가 아니라 대화하듯 지지층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특징이다. 야권 관계자는 “리얼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유권자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이 대표가 직접 제안한 방식“이라고 전했다.

그가 직접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이재명' 구독자는 27일 오후 기준 92만명이다. 라이브 방송 실시간 시청자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1만 5000명에 달하고, 조회 수도 10만을 훌쩍 넘긴다. 1만~2만회 수준인 국민의힘 라이브 방송보다 많다. 이 대표는 진보 유튜브 채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6일에는 방송인 김어준 씨, 장윤선 전 오마이뉴스 기자의 유튜브 채널에 잇따라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동작을 지역 유세를 위해 이동하면서 차량에서 선거 운동복 상의를 갈아입고 있다. 이런 장면은 '이재명 유튜브'에서 생방송으로 공개된다. 유튜브 이재명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동작을 지역 유세를 위해 이동하면서 차량에서 선거 운동복 상의를 갈아입고 있다. 이런 장면은 '이재명 유튜브'에서 생방송으로 공개된다. 유튜브 이재명 캡쳐

하지만 이 대표의 유튜브 활동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최근 유튜브 방송 도중 잇따라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26일 차 안에서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서 “정부라는 것이 든든한 아버지, 포근한 어머니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며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는 계모, 팥쥐 엄마 같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에서도 “재혼 가정에 상처가 될 수 있는 실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날 김어준 씨 유튜브에서는 “(한국이) 자칫 아르헨티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아르헨티나는 안타깝게도 좌파 정권의 연속된 포퓰리즘 퍼주기로 9번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겪었던 나라”라고 반박했다.

야권 관계자는 “유튜브 방송에서는 지지층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기 때문에 열광을 끌어내기 위해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지역 후보는 “우세론을 이어가려면 남은 기간 당 전체가 몸을 낮춰야 하는데 이 대표의 실언이 찬물을 끼얹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경용 제천·단양 후보가 27일 충북 제천시 동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경용 제천·단양 후보가 27일 충북 제천시 동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유튜브 밖 오프라인에서도 아슬아슬한 발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27일 충북 충주 유세에서 “배현진 의원이 돌멩이로 맞은 사건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과학 수사하고 ‘난리 뽕짝’을 했다”며 “그런데 야당 당수가 목에 칼이 찔려 피를 흘렸을 때는 혈흔을 1시간도 안 돼 물청소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반(反)국민 세력”이라며 “물리적 내전 상태는 나라가 망한 것이고, 심리적 내전 상태는 망하기 직전인데,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주장했다.

‘출생 기본소득’ 공약도 발표했다. 이 대표는 “8세까지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확대해 8~17세에 자녀 1인당 20만 원을 지급하고, 0세부터 18세까지 매월 10만 원씩 펀드계좌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국립대와 전문대 등록금은 전액 무상, 4년제 사립대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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