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애플·알파벳·메타 콕 집었다…DMA 위반 조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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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U, 기술주권 챙기기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 횡포에 대한 공식 조사에 나선다.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여러 건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유럽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25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EC)는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혐의로 애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메타 등 3개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일 본격 시행된 DMA에 따른 첫 공식 조사다. 이른바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DMA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EU 집행위는 각 회사의 자발적 개선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개시했다. EU 집행위는 “예비 조사 결과를 각 업체에 알리고, 12개월 안에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자사 서비스 우대행위 등 DMA 의무사항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플랫폼 사업자는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반복 위반 시 20%의 과징금을 낼 수 있다.

해당 기업들은 즉각 반박했다. 애플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다양한 개발자 기능과 도구를 개발했다”며 “우리 계획이 DMA를 준수한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알파벳도 “우리는 DMA 준수를 위해 유럽에서 서비스 방식을 크게 바꿨다”고 강조했다. 메타도 “DMA 등 여러 규제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 없는 구독을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기술 경쟁에서 밀린 EU가 규제를 통해 ‘기술 주권’을 지키려 한다는 평가도 있다. DMA는 알파벳·애플·메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바이트댄스까지 6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를 특별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로 정의하고 있다. 이중 유럽 기업은 없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1년 “EU 집행위는 DMA 규제를 통해 유럽 기술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EU 집행위는 애플·구글이 앱마켓 이용자의 외부 결제를 어렵게 하고 있는지 조사한다. 이와 함께 집행위는 구글 검색 엔진에서 구글 쇼핑·항공·호텔 등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지도 조사한다. 또 애플이 아이폰 이용자가 기본 탑재된 앱 또는 브라우저 등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하고 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집행위는 메타의 구독 서비스가 DMA를 위반했는지 여부도 살펴 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는 유럽에서 월 9.99유로의 광고 없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집행위는 메타가 사실상 무료 이용자는 자신의 정보를 플랫폼에 강제로 제공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빅테크 압박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EU 집행위는 이날 아마존이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우대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회사인 바이트댄스를 제외한 미국 빅테크 5곳이 표적이 되는 셈이다. EU의 표적이 모두 미국 빅테크임에 따라 미국과 EU 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빅테크에 대한 집중 견제는 미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구글은 이미 미 법무부와 지난해 9월부터 반독점 소송 재판을 진행 중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 21일 애플에 대해서도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와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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