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與, 대통령 뒷받침해야"…'징역 30년 구형' 한동훈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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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담당 검사로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이후 6년 만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날 오전 대구 달성군의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약 30분간 이뤄졌다.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사저로 들어선 한 위원장을 박 전 대통령이 현관으로 나가 맞이했고, 한 위원장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유영하 대구 달서갑 후보도 배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면담은 시종일관 부드러웠다고 한다. 한 위원장이 건강 등 안부를 먼저 물었고, 박 전 대통령은 차분한 미소로 “반갑다”고 화답했다. 한 위원장은 사저를 나오며 취재진에게 “국정 전반과 현안들, 살아오신 이야기들까지 여러 이야기들, 굉장히 좋은 말씀을 들었다.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고 저도 정말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최근 불거졌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윤·한 갈등’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당정 간 협의를 잘해서 선거를 이겨야지, 국민들에 자꾸 대립되는 모습을 보이면 좋지 않다”“경제도 어렵고 나라가 많이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여당이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 여당의 2인자와 대통령을 모두 해본 경험을 토대로 ‘당정 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여권에선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이해하고 돕는 게 좋다는 취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조언 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구 민생 토론회에 오셨을 때 내용이 좋은 게 많았다.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고 지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별다른 대답 없이 묵묵히 박 전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했고, 한 위원장은 주로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선 지난달 5일 출간된 『박근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 한 위원장이 먼저 “책을 최근 사서 읽었다. 각고의 노력을 갖고 쓰신 것 같다”는 말을 건넨 것이다. 회고록에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복역한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이 2018년 2월 박 전 대통령의 뇌물 등 혐의에 1심에서 징역 30년, 벌금1185억원을 구형한 내용 등이다.

공교롭게 당시 재판정에 이례적으로 직접 나와 구형문을 읽었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지금의 한 위원장이다. 그는 약 6000자 분량의 구형문에 “피고인은 20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실체 진실을 왜곡하면서 검찰과 특별검사는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다”고 적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었다.

6년 뒤인 이날 한 위원장은 닷새간 대구를 두 번 오간 끝에 박 전 대통령을 대면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총선 판세가 여당에 불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대구·경북의 보수 표심을 결집시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만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윤재옥 원내대표,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사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윤재옥 원내대표,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사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두 사람이 의례적 대화만 주고받은 건 아니다. 유영하 후보는 기자들에게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두 분의 심도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정부가 원격 의료를 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추진하는 등 의료 개혁을 두고 마찰을 빚은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정부의 의료 개혁 출구전략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조언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도 이날 박 전 대통령 예방 이후 전향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이날 오후 울산 유세 현장에서 취재진에게 “(정부가 의료계와)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해서 좋은 결론을 내야 한다”며 “저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함에 있어서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경하게 유지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 2000명’이란 숫자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도 강한 목소리가 분출됐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분당갑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000명 의대 증원 정부안을 재검토하고,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검증한 다음 필요한 의대 정원 확충 수를 정확하게 산출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그는 오전엔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 4명과 전공의 대표 1명을 만나 70분간 비공개 면담도 했다.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후보도 “민심이 윤심, 당심보다 중요하다”며 2000명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고, 서병수 부산 북갑 후보도 “대통령 지시가 없다면 꿈적하지도 않는 듯이 비치는 국무총리와 장관, 당과 정부의 관계를 집권당답게 책임지지 못한 국민의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을 보름 앞둔 이날 여권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홍석준 선대위 종합상황부실장은 ‘국민의힘 자체 판세 분석 결과 지역구 82곳 우세’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확하지는 않다”고 부인하면서도 “최저치를 그 정도 수치(80석 초반) 이상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 굉장히 어려웠다. 최저치를 찍었다고 생각하고, 이번주부터 반등하지 않겠나 예상한다”고 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긴 어려운 단계”라면서도 “여당이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 여전히 있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원톱’ 선대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승민 전 의원 차출론에 대해 지도부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유 전 의원 선대위 합류를)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 전 의원은 28일 ‘친유승민계’ 유경준 경기 화성정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다. 특별한 당직이 없는 유 전 의원의 첫 지원 유세다.

한동훈 “민주 추진하는 ‘비동의 간음죄’ 반대”

한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비동의 간음죄’를 공약으로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피해자가 내심으로 동의했는지를 가지고 범죄 여부를 결정하면, 입증 책임이 검사에서 혐의자로 전환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동의 간음죄는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강화하는 게 골자다. 한 위원장은 “원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되면) 사실상 입증책임이 혐의자에게 전환되고, 그렇게 되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남부시장을 찾아 같은 당 김태호, 윤영석 후보와 함께 어묵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남부시장을 찾아 같은 당 김태호, 윤영석 후보와 함께 어묵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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