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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보건의료, 안보·치안과 같은 반열로"…의료계와 예산 논의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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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의대 교수진을 비롯한 의료인 여러분, 의료 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부 의대 교수들이 어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충돌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24일),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 긴밀히 소통하라”(25일)고 내각에 지시한 데 이어 이날까지 사흘 연속 유화적 메시지를 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다만 윤 대통령은 ‘의대 입학생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며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2000명은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한 데 이어 이날 재차 “최소한”이라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 자체를 조정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서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것에 대해선 “2025학년도 입학생이 본과 과정을 시작하는 2027년까지는 3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필요한 시설과 기자재를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학별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4월 중에 ‘의학교육 여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서 요구해 온 필수의료 공정 보상,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 리스크 완화 등을 언급한 뒤 오는 4월 중 발족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가 참여해 의료 개혁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재차 강조한 게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 체계 구축’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역거점 국립대 병원을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의 중추 기관으로 육성하고 수도권 ‘빅5’ 수준의 진료, 교육, 연구역량을 갖추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집단행동 대응과 경험을 토대로 평상시에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의료 대응 체계 전반을 혁신하겠다”며 “또 증원된 의사 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학생 선발부터 전공의 수련, 지역병원 근무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의료 분야에 대한 재정 지원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2025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고받은 뒤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보건의료 분야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년 예산 편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충북 한국병원 의료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전 공지되지 않았던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 “보건의료 분야 예산 규모가 정해져야 불요불급한 지출을 조정하면서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R&D(연구개발) 사업 등의 규모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래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참모들에게 “의료계를 향해 내년도 의료 예산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하라”고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한국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에게 심혈관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한국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에게 심혈관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의료계·교육계 관계자와 첫 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한 총리는 인사말에서 “오늘 자리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체가 구성되길 희망한다”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머리를 맞대 해결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는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어 2시간 15분가량 진행됐다. 간담회 뒤 한 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의료계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며 “회의 구성 멤버들을 더 늘려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의료계·교육계에서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의회 이사장, 유홍림 서울대총장, 김동원 고려대총장, 윤동섭 연세대총장,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 오연천 울산대총장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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