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연이틀 대화 제의…의대교수들, 집단사직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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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2000명’ 대치

고려대 의료원 교수들이 25일 오전 서울 안암병원에서 열린 ‘교수 총회’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대 의료원 교수들이 25일 오전 서울 안암병원에서 열린 ‘교수 총회’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대화를 촉구했으나, 의대 교수들은 25일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시간 축소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과 만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재차 대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당초 정부는 26일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해 왔다. 행정처분 유예에 대해 이날 복지부는 “당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에서 의료계 관계자들을 만나 의료개혁 방안에 대한 보완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 발생 이후 처음으로 강경론을 굽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은 이어졌다. 서울대·연세대 등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는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며 “근거 없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의 전임·임상교수들은 총회를 개최한 뒤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후까지 모인 사직서를 의대 학장에게 일괄 제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40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다. 울산대 의대 767명 교수 중 433명도 이날 사직서를 냈다.

의대교수, 진료 축소…용산 “2000명 불가역적”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총회가 열린 2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병원에서 의대 교수를 비롯한 전공의, 학생들이 정부 의료 정책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총회가 열린 2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병원에서 의대 교수를 비롯한 전공의, 학생들이 정부 의료 정책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은 2000명 증원에 대한 재검토가 사태 해결의 선결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가운데 39개 의대 교수들이 모인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며 “주 52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날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의 대화 협의체 구성을 지시한 것에 대해 “과거보다 진일보한 제안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제안의 구체성이나 다뤄야 하는 내용이 자세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명이 아닌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숫자를 제시할지 여부에 대해선 “저는 증원 백지화가 곧 ‘0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학적인 사실과 정확한 추계, 의대 교육 및 전공의 수련 여건을 반영한 결과가 나온다면 누구나 (증원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더라도 당장 의료현장을 비우는 것은 아니지만, 중증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의 연대체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지난달로 예정됐던 백혈병 수술 및 항암치료 등이 연기된 환자 피해 사례 31건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25일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회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25일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회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개원의들이 수련병원에서 한시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의료법상 개원의는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만 진료가 가능하지만,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 기간 동안에는 소속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진료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약 6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100명, 공보의 100명 등도 추가로 의료기관에 파견됐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평균 7152명이고, 이 중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평균 2941명으로 전주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한편 정치권에선 지난 24일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탈 전문의 면허정지 처분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그동안 의사 집단행동에 단호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와의 갈등이 파국으로 가는 건 막아야 한다는 당정 간 공감대가 단초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에선 의대 정원 확대가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최소한의 출구전략이 필요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다만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대처 기류와 달리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대학별 배분이 끝나 2000명은 불가역적 숫자가 됐다”며 “그런 만큼 의료계와의 추가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필수·지방의료 개혁과 전국 의대에 대한 정부 지원책 등으로 논의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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