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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임금 괴롭히는 가마우지떼, 드론·총기로 포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비운의 왕,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능(陵)이 있는 강원 영월군 영월읍 장릉 일대가 최근 민물가마우지 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겨울 철새에서 텃새가 된 민물가마우지로 인해 장릉 주변 산림이 말라 죽고 어족 자원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25일 영월군 등에 따르면 가마우지 떼는 장릉에서 500m쯤 떨어진 한 야산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 나무들은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가지가 하얗게(백화현상) 변했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강한 산성인 가마우지 배설물이 나뭇잎과 가지에 쌓이면서 광합성을 방해, 나무들이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먹성이 좋은 가마우지가 장릉 인근 저수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면서 붕어와 잉어·메기 등 각종 민물고기의 보고인 저수지까지 황폐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가마우지는 하루 평균 물고기 700g을, 번식기에는 1㎏을 먹는다. 더 큰 문제는 가마우지 개체 수가 점점 증가하는 데 있다. 영월군이 이달 초 드론으로 가마우지 개체 수를 확인했을 땐 30여 마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선 70마리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마우지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세계문화유산 장릉에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월군은 지난 21일 10㎏ 무게의 중형 드론 1대를 띄워 가마우지 떼를 쫓아냈다. 하지만 드론의 경우 일시적인 효과에 그쳐 총기를 활용한 포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총기 포획이 허용돼 경찰에 총기 사용 허가를 요청한 상태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포획단을 만나 포획 방안도 협의했다. 총기 사용이 허가되면 포수 2명이 공기총으로 가마우지를 포획하게 된다. 1마리당 2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김용수 환경위생과장은 “여러 차례 드론을 날려 가마우지를 쫓아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다”며 “주민 불편은 물론 저수지와 인근 산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는 만큼 경찰과 협의해 포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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