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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돌연 “기시다, 김정은 만남 원해”…한·미·일 흔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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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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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로부터 정상회담 제의를 받았다고 또다시 밝혔다. 지난달 15일 담화를 낸 후 한 달 열흘만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최근에도 기시다 수상(총리)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왔다”고 공개했다.

그는 “일본이 지금처럼 우리의 주권적 권리 행사에 간섭하려 들고 더이상 해결할 것도, 알 재간도 없는 납치 문제에 의연 골몰한다면 수상의 구상이 인기 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이 말한 주권적 권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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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달 15일 담화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특별한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임에도 김 부부장이 비슷한 담화를 낸 것은 북한 역시 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이 물밑 협상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결례를 범했음에도 이날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20%대의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인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그만큼 회담 개최 의지가 강하단 뜻이다.

그는 이날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모든 현안을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상대가 있는 얘기”라며 “지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이날 국회 답변에서 “이전에 말했듯이 일본과 북한 관계, 납치 문제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중요하고, 총리 직할 수준에서 북한에 대해 여러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납치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북한의) 주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 수위와 내용을 보면 일단 양측은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납치 이슈 등 주요 의제를 놓고 어느 정도 선에서 논의할지를 놓고 물밑에서는 물론 공개적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의 연이은 담화와 같은) 공개 압박 전략은 실무 접촉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무선에서 타협이 어려운 만큼 총리-국무위원장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조·일(북·일)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가는 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실제적인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수뇌회담에 나서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불신과 오해로 가득 찬 두 나라 관계를 풀 수 없다”라고도 했다. 한국 외교가에선 지난 몇 달간 북·일은 중국 베이징과 동남아 등에서 실무 접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일 접촉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며 “일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며 한·미·일은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복귀시키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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