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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야할 환자 있다, 사직 '쇼'하고 싶지 않아" 소아과 교수 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교수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25일 시작된 가운데,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사직할 수 없는 이유’를 다른 교수에게 호소해 주목받고 있다.

25일 의료 전문 매체 ‘청년의사’에 따르면 이미정 단국대병원 교수는 최근 기고를 통해 자신이 사직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이 교수는 우선 “사직의 도리를 다 하고 사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는 새로운 업무를 맡기 전인 3월에 사직해 나갔지만, 교수들은 1~2월에 이미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한해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저는 올 초에 2024년 1년의 업무를 완료하겠다는 묵시적 동의 하에 병원, 학교 업무를 시작했고,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년 2월까지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교수 집단 사직에 대해선 ‘쇼’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저는 쇼를 하고 싶지 않다. 물론 쇼가 아닌 분들도 꽤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대부분은 한 달 후에 병원을 떠나실 수 없을 것이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환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에게 눈과 귀가 가려진 국민들은 ‘의사 새X’들이 우리를 버리고 떠나더니 이제는 의사 새X 애미 애비도 우리를 버리는구나’라고 욕을 더 할 것”이라며 “그러면 떠난 우리 아이들이 더 크게 욕을 먹는다. 게다가 지금 우리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눈과 귀를 열었던 국민도 다시 눈과 귀를 닫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전공의들이 사직할 때 우리에게 중환자, 응급환자를 포함한 필수의료를 맡기고 떠났다”며 “그들이 떠날 때 우리에게 인계를 했기 때문에 ‘의료 대란’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떠나면 정말로 ‘의료 대란’이다”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실제 ‘의료 대란’이 일어난다면 “변명의 여지없이 ‘의사’가 정말 ‘의새’가 될 것”이라며 “만약 제가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제가 보던 환자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작성한 후 받아줄 병원과 의사를 확보해 모두 전원 보낸 후에 사직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전공의, 학생들의 눈빛에서 ‘제대로 바로 잡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봤다”며 “그래서 감히 그들에게 ‘돌아와서 같이 이 사태를 바로 잡아보자’고 말하지 못한다. 여태까지 그랬듯이 이 사태를 바로 잡지 못할테니까”라고 썼다.

그러면서 “어쩌면 다급해진 정부가 바로잡을 듯이 애쓰는 태도를 보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여러번 그랬다”며 “그래서 우리가 그 말과 당시의 태도를 믿고, ‘우리 같이 고쳐봅시다’라고 하며 복귀를 하면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확대 방안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집단 사직서 제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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