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닦는데 폭행" "성기노출"...울산 복지시설종사자 10명 중 7명 '폭력'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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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상당수가 시설 이용자 등에게 '폭력'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울산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상당수가 시설 이용자 등에게 '폭력'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 지난해울산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여성 사회복지사 A씨는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시설을 이용하는 한 남성이 "손을 좀 잡자"면서 신체 접촉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주말이면 A씨 휴대전화로 연락했고, 문자에 답을 하지 않으면 복지시설 사무실로 찾아와 "시청이나 보건소에 불친절 직원으로 민원을 넣겠다"고 고함치고 욕설을 했다고 한다.

#. 울산의 한 아동 복지시설의 여성 사회복지사 B씨는 지난해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 발달장애 아동의 돌발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B씨는 눈을 맞아 각막이 손상된 적도 있었다. 그는 "물리고 뜯기고, 맞는 것은 일상이다. 몸에 멍을 달고 산다"라고 했다. 다른 사회복지사(30대 남성)는 "안경이 부러져도, 손목이나 갈비뼈에 실금이 가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며 "그냥 말로 '하지마', '안된다'고 설득하는 것이 전부다"고 하소연했다.

악성 민원 등으로 업무상 괴로움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울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10명 중 7명이 시설 이용자나 민원인 등에게 주먹질 등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상당수가 시설 이용자 등에게 '폭력'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울산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상당수가 시설 이용자 등에게 '폭력'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25일 울산시 산하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이 최근 내놓은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처우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지역 사회복지사 등 공무원과 시설 종사자 1147명에게 "최근 5년간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지" 물었더니, 71.2%가 시설 이용자나 그 가족에게 당했다고 응답했다.

사회복지사의 날인 지난해 3월 3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반복지 규탄! 사회복지노동자 노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해당 사진은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날인 지난해 3월 3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반복지 규탄! 사회복지노동자 노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해당 사진은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 가운데 'xx년' 같은 욕설·폭언·협박 등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종사자는 35.3%, 주먹질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종사자는 22.5%로 조사됐다. 몸을 만지는 등 성적 폭력은 9%, 갈취·물품파손 등 경제적 폭력도 4.4%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고서에는 "장애인 시설 일부 수용자는 사회복지사 등이 변 묻은 몸을 씻어주면 폭행하는 경우가 있고, 성기를 (복지사 앞에서) 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원 처리 과정 까다로워" 

이처럼 시설 종사자 등의 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상급 기관에 보고했다는 답변(40.3%)이 가장 많았다. 동료와 대화하거나 논의했다(37.7%), 폭력 행위자에게 항의했다(10.3%)가 뒤를 이었다. 자신만 알고 보고하지 않았다(3.0%)는 답변도 나왔다. 해당 설문에 응한 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보건소나 시청에 민원이 들어간 이후 그걸 처리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힘이 들다 보니 우리끼리 쉬쉬하고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전했다.

울산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상당수가 시설 이용자 등에게 '폭력'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울산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상당수가 시설 이용자 등에게 '폭력'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측은 "인권침해와 폭력피해 상황에서 기관은 시설 종사자의 실질적 피해구제보다는 위로(42.5%)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폐쇄회로(CC)TV·비상벨·경비직원 등 시설 종사자를 보호할 신변안전 시스템 부재가 아쉽다고 했다. 실제 설문 조사에서 신변안전시설이 보통이다(48%)는 답변이 가장 많았지만, '없다'는 답변이 30.7%(마련돼 있지 않은 편 24.1%, 전혀 없다 6.6%)나 됐다.

"희생봉사만 강조하는 사회적 인식" 

울산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상당수가 시설 이용자 등에게 '폭력'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울산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상당수가 시설 이용자 등에게 '폭력'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울산광역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폭력·악성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선 시설 종사자의 29%가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시민과 그 가족의 인권의식이 부족해서다"고 답했다. 시설 종사자에게 희생봉사만 강조하는 사회적 인식(17%), 사회복지사 인권에 대한 규정·매뉴얼 부재(12.4%), 법·제도적 대응방안 부족(11.9%)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박상미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겪는 다양한 인권침해나 악성민원 문제는 결국 이직과 사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기관과 지자체가 함께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전문 지원기관 설립 등 사후 회복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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