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치료 역량 끌어올리는 다학제 시스템 구축, 폐암 극복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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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

세계적 수준의 실력 있는 의료진
다양한 진료과 한자리 모여 협의
폐 기능 살리는 최적 치료법 찾아

폐암은 ‘암 중의 암’이라 불릴 정도로 치명적이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낮은 생존율로 악명이 높다. 부동의 암 사망률 1위다. 그만큼 두려운 암으로 통하지만, 치료제와 수술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온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 20년간 5년 생존율이 2배가량 증가했다.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는 폐암 치료 발전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일찌감치 구축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과 연구 역량을 통해 폐암 치료 분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의 다양한 진료과 교수진이 다학제 진료실에 모여 다양한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의 다양한 진료과 교수진이 다학제 진료실에 모여 다양한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폐암으로 진단되면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암 치료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생존율을 좌우한다.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는 다학제 회의를 통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오래전부터 협진의 중요성을 느끼고 다학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학제 진료는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 명의 환자를 위해 다양한 진료과 교수진이 한자리에 모여 치료 계획을 세운다.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에선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흉부외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 폐암을 다루는 전문 의료진이 머리를 맞대고 적어도 주 1회 이상 회의를 진행한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룡 교수는 “팀워크를 바탕으로 폐암 치료를 위한 명팀을 꾸렸다”며 “다학제 진료를 통해 평소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쉽게 설명하면서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 의료진 모여 치료 방안 논의
폐암은 수술·항암·방사선 등을 적용해 치료한다. 1·2기 단계의 조기 폐암에선 수술을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폐암 수술은 암을 완전히 절제하면서도 폐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고려대구로병원의 폐암 수술 역량은 독보적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201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싱글포트(단일공) 흉강경 폐암 수술을 성공시켰다. 초기 폐암 환자에게 흔히 시행하는 흉강경 수술은 보통 3개의 구멍을 뚫고 진행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2.5~4㎝ 크기의 구멍 하나만으로 수술한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상처나 통증이 덜한 게 특징이다. 그만큼 환자의 수술 만족도는 높아진다.

실력 있는 의료진의 임상 경험과 수술 노하우는 결과로 드러난다. 김 교수는 세계 최다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 실적을 보유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7년엔 아시아 최초로 로봇 수술기만을 이용한 폐암 수술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해 고려대구로병원은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 교육센터’로 지정돼 전 세계 의료진을 대상으로 로봇 수술 술기를 가르치고 있다. 나아가 형광조영제를 이용한 암 수술 연구도 한창이다. 수술 도중엔 암 조직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육안으로는 정상 조직과 암 조직을 구분하기 어렵다. 이럴 때 형광조영제를 주입하면 암 병변이 도드라져 보여 보다 정밀하게 암을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형광조영제를 이용한 수술은 10년 전부터 연구해 온 치료법”이라며 “불필요한 폐 절제 없이 암 조직만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절제 없이 암 조직만 제거
수술이 어려운 상태이거나 수술 후에도 암세포가 남아 있을 때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현재 폐암 분야에선 다양한 치료제가 나와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폐암 치료제로는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이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는 이를 통한 정밀 맞춤의료 환경을 구축했다. 항암치료에 정밀의학을 접목하며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각 표적에 적합한 치료를 적용한다. 최신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환자의 생존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에선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룡 교수가 항암치료를 주도한다. 이 교수는 국내를 대표하는 폐암 항암치료 전문가로 통한다. 각 환자에게 적합한 항암치료제를 맞춤 적용하고 있으며, 면역치료제 효능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면역치료제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약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오래 지속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보이는 반응률이 세포독성 항암제나 표적치료제보다 낮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교수는 면역항암제로 잘 치료되는 폐암 환자의 특성을 찾아내기 위한 바이오마커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고려대구로병원 폐암센터는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에도 참여한다. 이 교수는 “임상시험의 목표는 신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라며 “폐암을 치료하는 여러 의료진과 협조해 최대한 많은 환자가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에 꺾이지 않는 환자의 적극적 의지가 생존율 좌우”

인터뷰 김현구·이승룡 고려대구로병원 교수

김현구 교수

김현구 교수

이승룡 교수

이승룡 교수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독한 암이다. 5년 생존율은 40% 정도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생존율을 9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폐암 치료·연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의료진이 많다. 세계적인 치료·연구 역량으로 폐암 환자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룡 교수에게 폐암의 특징과 최신 치료 경향을 들었다.

-폐암이 치명적인 이유는 뭔가.

김현구 교수(이하 김) “폐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다. 폐 안에 감각신경이 없어 암세포가 자라더라도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예후가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절반 이상의 환자가 말기에 진단받는다. 통증이 생겼을 땐 이미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한 경우가 많다.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1~2기 환자는 전체의 약 30%밖에 되지 않는다.”

이승룡 교수(이하 이) “조기 진단이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데, 폐암의 경우 조기 발견이 특히 어렵다. 1기 폐암의

5년 생존율은 평균 80%로 꽤 높은 편이다. 그런데 2기가 되면 50%, 3기는 30%, 4기는 10% 정도로 급격히 감소한다. 50세가 넘으면 흡연 여부나 성별에 상관없이 저선량 CT를 찍어보는 것이 좋다. 현재 저선량 CT 권고 대상은 54~74세 30갑년(매일 담배 한 갑씩 30년 흡연) 이상 흡연자다.”

-최근 다양한 폐암 치료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 “2000년 이후 치료제 분야에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개발돼 좋은 치료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폐암을 세포독성 항암제만으로 치료했다. 4기인 경우 치료를 하더라도 생존 기간이 1년 남짓이었다. 항암 효과를 높이는 최신 약제들이 연이어 등장한 이후부턴 생존 기간이 3년 이상으로 늘었다. 일부 환자는 7년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아직도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큰 환자가 많다.

김 “폐암을 진단받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또 수술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수술을 받으면 완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의료진을 통해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 건 완치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수술 상처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수술법이 나왔다. 그러니 환자들이 수술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폐암 치료의 전망은 어떤가.

김 “폐암 수술은 개흉 수술에서 흉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로 발전해 왔다. 앞으로도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효과적인 수술법이 많이 개발될 것이다. 현재 ‘나노 형광조영제와 수술용 형광 영상 시스템’을 이용한 수술법을 개발해 폐암 로봇 수술에 도입하려고 노력 중이다. 형광조영제를 이용한 형광 영상유도 로봇 수술을 시행하면 암 병변만 정확히 도려내는 것이 가능하다. 크기가 작아 놓칠 수 있는 암도 찾을 수 있다. 형광 부위를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로봇이 수술할 수 있는 날도 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신약이 꾸준히 개발되면서 폐암의 생존율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진행성 폐암이라도 치료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를 적용할 수 있다.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폐암 치료 강국으로 꼽힌다. 5년 폐암 생존율이 OECD 전체 국가 중 3위로 높다.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이제는 폐암도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처럼 평생 조절하며 살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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