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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마다 ‘듣는 약’ 제각각 … 교체 투여 허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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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권선미 기자의 월요藥담회

이질적 특성 강해 맞는 약 복용 필요
현재 한국만 불허, 선택 치료 받아야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인 아토피는 대표적인 난치병이다. 어렸을 때 잠깐 앓고 지나가는 병으로 생각하지만, 10~30%는 평생 만성적 피부 염증으로 괴로워한다.

피부가 좋아졌다가 나빠지길 반복하는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증 등 피부 증상 관리가 중요하다. 가려움증을 참지 못하고 긁으면 상처·흉터가 생기고, 2차 감염으로 피부 상태가 더 악화한다. 극심한 가려움증, 습진성 피부 병변, 피부 건조증 등 다양한 아토피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 전략이 중요한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중증 아토피 피부염으로 아토피 병변이 넓고 증상이 심할 땐 염증 물질을 표적화해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생물학적 제제, JAK억제제 등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아토피 표적치료를 시도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유독 엄격한 치료 기준이 적용돼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산정 특례가 적용돼 연간 치료비 부담이 줄었는데도 그렇다.

원인은 약제의 교체 투여 제한이다. 현재의 중증 아토피 피부염 급여 기준으로는 부작용이 있거나 치료 효과가 불충분해도 치료제를 바꿔 쓰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받다가 JAK억제제로 바꾸거나, JAK억제제를 쓰다가 다른 약으로 교체하는 모든 교체 투여가 불가능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처음 선택한 약이 부작용이 심하거나 치료 효과가 부족해도 산정 특례와 건강보험 급여의 지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이를 감내하고 불충분한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개별 환자 간 이질적 특성이 강하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 선택에서 나와 궁합이 맞는 약을 찾지 못해 다른 치료제를 쓰려면 비급여로 치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킨 다음 4개월 동안 단계별 치료를 다시 거쳐야 한다. 더 나은 치료를 위해 약을 바꾸는데 증상을 악화시켜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서 교체 투여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호주·영국·캐나다 등 생물학적 제제, JAK억제제가 허가·급여되는 국가에서는 별다른 제한 없이 교체 투여가 이뤄지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과 비슷하게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인 중증 류머티즘 관절염, 강직척추염, 건선 등을 치료할 땐 국내에서도 근거 수준, 질환 중증도 등을 고려해 교체 투여를 허용하고 있다. 환자들 사이에서 아토피 피부염만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이런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의료진도 교체 투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아토피피부염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치료제 간 교체 투여를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아토피 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개개인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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