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장세정의 시선

북한 도발보다 더 불안한 것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지난 22일은 제9회 '서해수호의 날'이었다.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도발, 같은 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청년 군인 '55 용사'가 산화했다. 국민과 함께 영웅을 추모하고 안보의식을 북돋우며 국토 수호 결의를 다지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을 정부기념일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올해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군통수권자의 엄중한 경고를 북한은 흘려들을 공산이 커 보인다. 한·미 동맹과 유엔군사령부 회원국들이 참여해 4~14일 실시한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훈련 기간에 북한은 맞대응 훈련을 해왔다.

대남 국지도발 우려 상존하는데
안보에 역행하는 언행 정상인가
'반 헌법 세력'은 투표로 여과를

김정은이 6일 군부대에서 소총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6일 군부대에서 소총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노동신문 뉴스1]

 특히 지난 18일에는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장착할 수 있는 초대형 방사포(KN-25 단거리 탄도미사일)를 여섯 발 쏜 현장에서 김정은은 "파괴적인 공격 수단들이 상시 적의 수도와 군사력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완비된 태세"를 주문했다. 연초에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라고 선언하더니 대남 도발 협박과 무력 적화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의 막강한 군사력, 북한보다 60배나 강한 대한민국의 경제력 등을 고려하면 북한의 전면전 도발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북한의 과거 행태를 돌아보면 국지 도발 가능성은 상존해도, 봉건 세습 독재 정권의 종말을 재촉할 전면 남침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2013년 9월 당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소리치고 있다. [중앙포토]

2013년 9월 당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소리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런데 온갖 기이한 수사법을 동원한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 협박보다 한국 사회를 더 불안하게 하는 것이 있다. 우리 내부 질서를 교란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행태들이다. 과거에는 극소수였지만, 지금은 사회 전반에 편향된 이념의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이석기 의원은 이듬해 터진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되고, 2014년에는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심판으로 통합진보당이 해체됐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상위 순번에 ‘통진당 후신’이란 의혹을 받는 진보당 추천 후보가 3명이나 포함돼 찬반 논란이 뜨겁다.

2020년 5월 29일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국회에서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 등 제기된 여러 비리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았다.[연합뉴스]

2020년 5월 29일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국회에서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 등 제기된 여러 비리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았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천으로 21대 국회의원이 된 윤미향 의원이 지난 4년간 보여준 언행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인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1월엔 의원회관에서 친북 성향 인사들을 모아 놓고 남북 관계 토론회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북한이 전쟁으로라도 통일을 결심한 이상 우리도 그 방향에 맞춰야 한다"고 발언해 충격을 줬다. 지난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 의원은 "전쟁 연습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군사적 충돌을 부를 수 있는 적대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방어 차원에서 진행한 한·미 연례 군사 훈련을 비난해온 북한의 대남 공격 메시지를 국회의원이 앵무새처럼 떠든다면 정상적 언행인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8일 황운하 의원의 입당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조 대표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고,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뉴스1]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8일 황운하 의원의 입당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조 대표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고,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뉴스1]

 2019년 9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한 조국 씨는 비례위성정당이 가능해진 선거법의 틈새를 활용해 정당을 만들고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사문서위조,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도 피해자인 것처럼 큰소리치고 있다. 출마는 자유라지만, 후안무치에 눈 감으면 우리 사회의 법과 도덕은 또 흔들린다.

 2015년 8월 4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매설한 목함 지뢰가 폭발해 하재헌·김정원 하사가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청년 군인의 고통을 위로해줘야 할 정당은 '목발 경품'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봉주 전 의원에게 공천장을 줬다가 뒤늦게 취소했다. 운동권 세력이 북한에 맞서 나라를 지키는 호국 정신을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 짐작 가능한 장면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해 1월 31일 국회 행사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해 1월 31일 국회 행사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2일 후보등록이 마감되면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됐다. 단순히 의원 300명을 새로 뽑는 이벤트로 끝내서는 안 된다. 유권자로서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안에서 흔들고 헌법 가치를 망가뜨리는 세력은 걸러내야 한다. 그래야 자유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무다. 마침 오는 26일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태어난 날이다. 그가 이 땅에 전수하고 뿌리내린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새삼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