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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도 못 뚫는 '문화 강국' 이탈리아, K드라마는 통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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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호 16면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소렌토 타소 극장에서 열린 ‘제1회 K드라마 페스타 소렌토’에서 이탈리아 한류팬들이 배우 예지원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행사는 K드라마를 주제로 한 첫 국제 페스티벌로 관심을 모았다. [사진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소렌토 타소 극장에서 열린 ‘제1회 K드라마 페스타 소렌토’에서 이탈리아 한류팬들이 배우 예지원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행사는 K드라마를 주제로 한 첫 국제 페스티벌로 관심을 모았다. [사진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100편 이상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예요.”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휴양도시 소렌토의 중심가에 위치한 타소 극장. 버스로 3시간 반 거리인 로마에서 왔다는 미리암 친케(24)는 “화면으로만 봤던 한국의 스타 배우들을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보고 함께 사진까지 찍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17일 소렌토에서 열린 ‘제1회 K드라마 페스타 소렌토’는 이탈리아의 한류 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탈리아 제1의 대학으로 꼽히는 로마 라 사피엔차대학과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이사장 라종일 전 주일본·영국대사)이 올해 양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개최한 이번 행사는 K컬처 중에서도 특히 K드라마를 주제로 한 첫 국제 페스티벌이란 점에서 주목을 모았다.

안토네타 브루노 라 사피엔차대 한국학과장은 “이탈리아는 4~5년 전부터 K드라마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해 지금은 유럽 내에서도 한류 팬덤이 단연 최고”라며 “K컬처 열기에 한국학과 지원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720년의 역사를 지닌 라 사피엔차대는 2001년 한국학과를 설립한 뒤 학부부터 석·박사까지 전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학생만 500명에 달한다.

이 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이번 행사에도 현지 한류팬 200여 명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이탈리아 공영방송인 라이(RAI) 등 현지 언론들도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한 배우 오정세·예지원·김혜은·유준상씨와 ‘킹덤’ ‘시그널’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 ‘범죄도시’를 제작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 영화 ‘1947 보스톤’의 강제규 감독을 인터뷰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행사도 팬들과의 대화, K드라마 어워즈, K드라마·영화 상영뿐 아니라 양국 학자들이 모인 국제학술포럼과 한식 시식 코너, K팝 댄스 시범 등 다채롭게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을 찾은 클라리사 미올리(22)는 약간은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7년 전 영화 ‘올드 보이’를 보고 K컬처에 빠져들었다”며 “친구들 중에도 한류팬이 엄청 많은데, 대부분 K팝을 통해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한 뒤 자연스레 K드라마와 영화도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 전했다. 곁에 있던 마리나 팔마스(23)도 “K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TV에서도 더빙으로 방송하고 있고 요즘은 OTT로도 쉽게 볼 수 있어 틈나는 대로 즐겨 보고 있다”며 “한국 음식도 우리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종일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14일 ‘K드라마 페스타 소렌토’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백봉연구원]

라종일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14일 ‘K드라마 페스타 소렌토’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백봉연구원]

전예진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장은 “음식이 다양하고 노래와 춤을 즐기며 무엇보다 흥이 많은 민족성 등 양국의 공통점이 많다 보니 K드라마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행사 통역을 맡았던 류젬마씨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존심이 워낙 강해 다른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파리와 달리 로마엔 아시아 식당이 많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할리우드 문화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던 이들이 유독 K드라마에 열광하는 건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류 스타들도 “이탈리아의 K컬처 열기가 상상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지원씨는 “한류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게 된 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잠도 안 자며 열정 하나로 작품에 몰입한 선배들의 땀이 축적된 결과”라며 “우리도 더욱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한 단계 더 발전된 K컬처 문화를 물려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정세씨도 “시네마천국 등 이탈리아 영화를 많이 보며 자랐는데 이젠 이탈리아 사람들이 K드라마와 영화에 열광한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김은희 작가가 팬들과의 대화 도중 인기 드라마 ‘시그널’ 시즌2를 제작한다고 밝혔을 때는 객석에서 큰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라종일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에서 미국 대중문화를 접하며 성장한 할리우드 키즈가 이젠 K한류를 통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K컬처도 오랜 기간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쌓인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라 이사장은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듯 이제 첫발을 뗀 만큼 내년 행사도 보다 내실 있게 준비해 양국 문화 교류 확대와 한류 확산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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