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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의대 교수 "200명 교육 도저히 불가능...실습도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입학정원이 200명이 되면 어떻게 교육을 진행해야 할지 걱정된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가운데)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의대 증원 취소 집행정지 사건 심문 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가운데)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의대 증원 취소 집행정지 사건 심문 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최중국 충북대 의대 교수회장이 22일 의대증원에 대한 난감함을 토로했다. 2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기자회견에서다. 이날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대표 등 5명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를 상대로 낸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처분 집행정지 사건 심문이 열렸다.

앞서 20일 정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 짓고 비수도권에 82%(1639명), 수도권에 18%(361명)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전국 40개 의대 중 정원 50인 미만인 ‘미니 의대’ 17곳 중 15곳은 정원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거점 국립대는 대부분 200명 정원으로 확정됐는데, 충북대는 49명에서 200명으로 정원이 4배가 됐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10년 넘게 70~80명 수준으로 증원을 늘려달라고 할 땐 응답이 없다니 불가능에 가까운 200명 증원을 통보했다”며 “현재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북대엔 강의실이 3개뿐인데, 200명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200명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해부학 실습에 필요한 ‘카데바’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49명 정원을 기준으로 1년에 시신 10구를 기증받는다”면서 “일반인으로부터 연평균 10구를 기증받는데 입학정원이 200명이 되면 어떻게 교육을 진행해야 할지 걱정된다. 이 부분(카데바 기증)은 총장도 교육부도 풀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본과 3~4학년이 되면 임상교수로부터 환자 진료·수술 등을 배운다”며 “임상교수 90명이 두 학년 400명을 가르치고 환자 500~600명을 보려면 실습수업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의대 증원 취소 1심 집행정지 심문 앞두고 입장 밝히는 김창수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의대 증원 취소 1심 집행정지 심문 앞두고 입장 밝히는 김창수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125명에서 200명으로 정원이 늘어난 부산대 의대도 비슷한 이유로 의대 증원 배분에 반대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지역의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다고 지역 필수 의료가 보장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가 없으면 만성 적자를 보는 현행 수가체계로는 아무리 최신식의 좋은 병원 만들어도 세금 먹는 하마가 되고 졸업생들도 지역에 남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배분 과정에 한 차례도 학교에 실사를 나온 적이 없다”면서 “정부와 대통령실이 2000명에 병적으로 집착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이성이 마비되는 게 현실이다. 이제라도 자유로운 토론과 민주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별 정원을 발표한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의대별 정원을 발표한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전의교협은 이날 정부에 의과대학 정원 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결정 처분(지역별, 대학별 증원 결정 포함)과 관련해 배정위원회의 위원 명단·회의록·위원회에 보고된 보고자료 등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이날 법원에 제출한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를 위해 정부에 대화를 촉구했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위원장도 같은 날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도 22일 의대 교수들에게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회의 브리핑 “정부는 그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전의교협과 접촉해왔고,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과는 어제도 의견을 나눴다”며 “의대 비대위와 전의교협에 조건 없이 대화할 것을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와 교수들이 모두 '대화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상호 불신은 여전하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박 차관이 방재승 비대위원장과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어제(21일) 박민수 차관을 포함해 누구와도 의견을 나눈 바 없다"며 "(박 차관의 발언은) 모두 허구”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방재승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후임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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