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하여금 우리를 열망하게 하라"...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의 비기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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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가장 잠재력 있는 시장이다.”
서울 역삼동의 모엣 헤네시 사옥에서 지난 5일 만난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의 장 마크 갈로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전날 홍콩에서 들어와 다음날엔 태국으로 떠날 예정인 그는 “이틀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한국을 투어 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까르띠에에서 경력을 쌓은 뒤 패션으로 영역을 옮겨 루이비통 북미·유럽 사장, 페라가모 미국 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류업계엔 2009년 샴페인 루이나의 사장이 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고, 뵈브 클리코엔 2014년 CEO로 부임해 지금까지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장 마크 갈로 뵈브 클리코 CEO #“샴페인, 자연과 천천히 호흡해” #올해 ‘라 그랑 담 로제 2015’ 공개 #여성 기업가 위한 공헌 활동 집중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의 장 마크 갈로 CEO. 사진 뵈브 클리코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의 장 마크 갈로 CEO. 사진 뵈브 클리코

뵈브 클리코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주류와 럭셔리 주얼리·패션의 세계는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나.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유산에 대한 존중이다.  이것이 모든 럭셔리 브랜드의 공통점이다. 또한 반대 개념처럼  보이는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강력한 혁신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서로 다른 점은.

“패션과 와인의 가장 큰 차이는 리듬이다. 내가 패션 회사에서 일할 때 계절은 두 개밖에 없는 것 같았다. 옷은 봄·여름과 가을·겨울로 두 계절씩 묶어 신제품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리 스프링(pre-spring)에 해당하는 크루즈 컬렉션이 나오면서 세 번째 시즌이 생겼고, 그다음엔 이른 가을에 입는 프리폴(pre-fall) 컬렉션이 생겨 1년에 총 4개의 시즌을 보냈다. 그래서 패션업계 사람들은 쉴 틈이 없다.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고, 짧게 지나간다. 반면 와인 특히 고급 주류의 시간은 매우 길다. 지난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라 그랑 담 2023 빈티지는 와인 메이킹 과정을 거쳐 이제 병에 담기 시작했는데, 이 샴페인을 마시려면 최소 1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만큼 자연과 함께 오랫동안 호흡해야 하고, 경영 역시 빠르게 서두르기보다 천천히 침착하게 한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 위치한 하우스의 빈야드 셀러. 사진 뵈브 클리코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 위치한 하우스의 빈야드 셀러. 사진 뵈브 클리코

지 샴페인을 생산한 해를 새겨 넣은 빈티지 계단. 사진 뵈브 클리코

지 샴페인을 생산한 해를 새겨 넣은 빈티지 계단. 사진 뵈브 클리코

많은 회사가 럭셔리 브랜드가 되길 원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환상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공격적이어서는 안된다. 겸손하고 침착해야 한다. 우리는 열망 혹은 선망성을 가진 브랜드를 럭셔리 브랜드라 정의한다. 뵈브 클리코가 속해 있는 LVMH 그룹의 아르노 회장이 항사 강조하는 게 '소비자로 하여금 우리를 욕망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열망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뵈브 클리코가 하는 일은.

“무엇보다 집중하는 것은 탁월한 샴페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뛰어난 품질은 럭셔리의 기본 조건이다. 두 번째는 뵈브 클리코가 써온 역사와 스토리를 계승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뵈브 클리코의 에센스라 할 수 있는, 어떤 것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놀라움과 차별화된 무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뵈브 클리코는 1972년부터 우수한 여성 기업인을 선정해 상을 주는 ‘볼드 우먼 어워드(Bold Woman Award, 이하 BWA)’를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27개국에서 450여 명의 혁신적인 여성 기업인 수상자가 배출됐다. 국내에선 2018년 시작해 뷰티 브랜드 클리오의 한현옥 대표가 처음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심재명 명필름 대표(2019)와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2021)가 뒤를 이었다. 이후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다.

오랜 시간 BWA를 개최하고 있다. 어워드를 운영하는 이유는.

“BWA는 창립자 마담 클리코(1777~1866)의 정신을 계승해 미래의 또 다른 위대한 여성을 발굴·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하우스의 시작인 마담 클리코는 20대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샴페인 하우스를 맡아야 했다. 여성이 회사를 경영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시대였지만, 그는 대담하고 강력한 의지로 하우스를 운영했고 성공시켰다. 1810년엔 아예 회사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딴 ‘뵈브 클리코 퐁사르당’으로 바꿨다(※프랑스어 뵈브 Veuve는 미망인을 뜻한다). 우리는 이 시대에도 마담 클리코와 같은 훌륭한 여성 기업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들을 돕고 싶다. 수상자는 상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여성 기업가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초대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도모할 수 있다.”

뵈브 클리코 창립자인 마담 클리코의 초상화. 20대의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맡은 시아버지의 샴페인 하우스를 성공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딴 뵈브 클리코를 만들었다. 사진 뵈브 클리코

뵈브 클리코 창립자인 마담 클리코의 초상화. 20대의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맡은 시아버지의 샴페인 하우스를 성공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딴 뵈브 클리코를 만들었다. 사진 뵈브 클리코

올해 공개된 뵈브 클리코 라 그랑 담 로제 2015. 사진 뵈브 클리코

올해 공개된 뵈브 클리코 라 그랑 담 로제 2015. 사진 뵈브 클리코

다시 샴페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올해 공개하는 샴페인은.

“ ‘라 그랑 담 로제 2015’다. 라 그랑 담(La Grande Dame)은 ‘위대한 여인’이란 의미다. 창립자 마담 클리코를 부르는 업계 동료들의 애칭이었다. 한 모금 머금고 있으면 부드럽고 풍부한 질감이 느껴지는데, 동시에 어떤 긴장감이 있어 감각이 극대화되는 샴페인이다.”

로제 샴페인, 언제 어떻게 먹는 게 좋은가.

“로제 샴페인은 단맛이 강한 로제 와인과는 다르다. 모든 음식에 다 잘 어울려서, 식전주로 시작해도 좋고 스테이크나 관자 같은 해물 요리와 마셔도 좋다. 사실 화이트나 레드로 시작하면 식사 도중 한번은 와인을 바꿔야 하는데, 로제 샴페인은 그럴 일이 없다. 내가 직접 먹어보니 한식에도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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