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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26조원 받은 인텔 “제2 칩스법으로 더 지원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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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정부로부터 총 195억 달러(약 25조9200억원) 지원금을 확보한 인텔이 미국 4개 주에 1000억 달러(132조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본격화한다. 인텔이 당초 예상의 2배의 지원금을 확보하면서 삼성전자 등 해외 반도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21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오하이오·오리건·애리조나·뉴멕시코 등 4개 주에 총 1000억 달러를 투입해 새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기존 공장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직접 보조금 85억 달러와 최대 110억 달러의 저금리 대출 지원을 확보했다. 또 세금 감면으로 최대 250억 달러(33조23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인텔 투자의 핵심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에 짓는 새 공장이다. 회사는 2022년 이곳에 1.8나노급의 18A(옹스트롬, 1A는 100억분의 1m, 0.1㎚에 해당) 등 초미세 공정용 공장 건립을 위해 총 2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허허벌판인 이곳을 찾아 “여기가 바로 세계 최대의 인공지능(AI) 칩 제조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인텔은 또 TSMC 공장이 있는 애리조나주에도 공장을 확장하며 오리건 공장과 뉴멕시코의 패키징·테스트 공장도 확대·개조할 계획이다. 겔싱어에 따르면 투자금액 1000억 달러 중 30%는 인건비를 포함해 배관·콘크리트 등 공장 건설비용으로 지출될 예정이다. 나머지 700억 달러는 ASML·도쿄일렉트론·KLA 등으로부터 반도체 제조장비를 구입하는 데 쓴다. 인텔의 새 공장이 첨단 반도체 제조를 목표로 하기에, 장비도 최첨단으로 구비해야 한다. 인텔은 이미 한 대당 5000억원에 달하는 ASML의 하이 NA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업계 최초로 6대나 확보했다.

인텔이 받을 195억 달러 지원금은 개별 기업이 받는 혜택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인텔 다음으로 미국 내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반도체 제조기업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보조금으로 각각 50억, 60억 달러 선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출 지원금을 뺀 직접 보조금 규모만 비교해도 인텔(85억 달러)보다 적다.

하지만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더 요구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회사가 반도체 제조산업에서 경쟁력을 잃는 데 30년 이상이 걸린 만큼, 3~5년짜리 프로그램 하나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제2의 칩스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미국 중심의 기술과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인텔 같은 강력한 홈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산업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홈팀 퍼스트’ 전략이 확실해지면서 미국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대만·한국 기업들의 상황이 더 힘들어질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도, TSMC도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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