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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늘었는데 기초의학 교수 없어…지방대 스카우트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의대 증원을 받은 각 대학은 21일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후속 작업에 돌입했다.

대학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건 기초의학 전임 교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해부학·생리학 등 기초의학은 주로 본과 1~2학년 때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정원이 두 배 이상 늘어난 한 의대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 기초의학 교수 수를 10여 명 넘게 증원할 계획을 세웠는데,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4개 의대(미제출 6개교 제외)의 기초의학 교수는 1131명으로 임상의학 교수(8876명)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학교별 편차도 크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의대 인증 최소 수준(25명)을 못 맞춘 대학도 4곳이나 있다. 특히 유전학·생물물리학·면역학 분야의 기초의학 교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기초의학연구실 교수는 “의대 졸업자 중 기초의학 전공자는 1% 미만”이라며 “수의대·약대 등 다른 계열 출신을 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벌써 기초의학과 교수를 상대로 한 ‘스카우트 전쟁’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시간은 없고 공급은 부족하니 새로운 인재를 찾기보다 (다른 대학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의대에선 교수뿐 아니라 학생 이동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호남권 대학 처장은 “정원이 다 같이 늘었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이라면 더 좋은 의대로 가기 쉽게 됐다”며 “어떻게 이탈을 막아야 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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