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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하고 진료 축소"…일각선 "대화 시 사직 철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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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과대학 2000명 증원 배분을 확정지은 것에 반발해, 전국 39곳 의대 교수들은 25일 사직서를 내는 데 이어 진료까지 축소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을 사실상 원점으로 돌리기 어려워진 만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협상론도 나오고 있다.

2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5일부터 39곳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는 데 더해 주 52시간 이내에서만 외래·수술·입원 진료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내달 1일부터는 응급·중증 환자를 안정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조윤정 전의교협 홍보위원장(고려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전공의, 의대생과 함께한 3개 단체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대학병원 전임의와 교수들은 5주간 정신적 스트레스로 심리적 압박과 우울, 불안,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어떤 사람은 일주일 3번 당직을 서기도 한다. 당직 서고 나서도 집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다음날 나와서 일하고 하면 불면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잔류 전임의, 교수들 중 정신과 질환과 이비인후과 질환을 호소해 치료받기도 한다”며 “이런 상황이면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환자가 위험에 노출되고, 심신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상 진료가 어렵고, 교수 순직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태가 얼마나 더 장기화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잔류 인력의 번아웃을 막고 환자들을 안전하게 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2000명 증원에 쐐기를 박으면서 의료계도 혼돈에 빠졌다. 빅 5 병원 한 교수는 “20일 정부 발표로 전공의와 의대생은 더 들어올 여지가 없어지고 교수들 분위기가 더 악화됐다”라며 “전공의 없는 상태로 계속 진료를 줄여 갈 수밖에 없고 교수들도 사직서를 내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원이 유지된 서울권 의대의 경우 집단 행동에 나설 동력이 약화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오지만 오히려 단일대오로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빅 5 병원 다른 교수는 “정부가 촉발했으니 정부가 노력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 “폭군의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을 동원, 원색적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상식적으로 이뤄졌어야 할 일체의 합리적, 과학적 설명과 이해 설득 과정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의사를 국민으로 보지 않고 타도해야 할 ‘거대악’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신속함으로, 졸속으로 마무리했다”라며  “종말을 고한 대한민국 의료는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책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직서 제출을 결의하는 의대도 늘고 있다. 중앙대의료원 교수 일동은 이날 의대 증원에 대해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며 25일 단체로 사직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의 의사 악마화, 지역·군대 의사 빼돌리기, 전공의 족쇄 채우기, 재원이 불투명한 천문학적 금액의 공약성 의료정책 남발, 이에 발맞춘 일부 언론의 비이성적 매도가 너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대·연세대·울산대 등이 속한 전국 20개 의대 교수 비대위가 “오는 25일부터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부산대·고려대 교수들도 동참하겠다고 했다.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선 협상론도 제기되고 있다. 파국을 피하기 위해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자는 의견이다. 방재승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밝혔다. 방 위원장은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끝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그는 의사 인력 추계를 공신력 있는 해외 기관에 맡기고 협의체를 만들자는 중재안을 낸 데 이어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전공의 등은 방 위원장의 입장에 반감이 크고 비대위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있어 소수 의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수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수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를 압박하기 위해 내주부터 면허정지 처분을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근무 여건 개선이라는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 차관은 이날 “3월 안으로 수련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의사로서 개인 경력에도, 여러 분의 장래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토론회에서는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필수의료 전공의 수당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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