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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싹쓸이한 인텔, 아직도 배고프다 "칩스법2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텔은 21일 향후 5년간 오하이오·오리곤·애리조나·뉴멕시코 등 4개 주에 총 1000억달러를 투입해 새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확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 20일 애리조나주 인텔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펫 겔싱어(왼쪽) 인텔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인텔은 21일 향후 5년간 오하이오·오리곤·애리조나·뉴멕시코 등 4개 주에 총 1000억달러를 투입해 새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확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 20일 애리조나주 인텔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펫 겔싱어(왼쪽) 인텔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미국 정부로부터 총 195억달러(약 25조9200억원) 지원금을 확보한 인텔이 미국 4개 주에 1000억달러(132조 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본격화한다. 인텔이 당초 예상의 2배의 지원금을 확보하면서, 삼성전자 등 해외 반도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21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오하이오·오리곤·애리조나·뉴멕시코 등 4개 주에 총 1000억 달러를 투입해 새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기존 공장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직접 보조금 85억 달러와 최대 110억 달러의 저금리 대출 지원을 확보했다. 또 세금 감면으로 최대 250억 달러(33조23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돈 어디에 쓸까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인텔 투자의 핵심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시에 짓는 새 공장이다. 회사는 지난 2022년 이곳에 1.8나노급의 18A(옹스트롬, 1A는 100억분의 1m, 0.1nm해당) 등 초미세 공정용 공장 건립을 위해 총 2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펫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허허벌판인 이곳을 기자들과 찾아 “여기가 바로 세계 최대의 인공지능(AI)칩 제조 현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인텔은 또 TSMC의 생산시설이 있는 애리조나주에도 공장을 확장하며 오레곤 공장과 뉴멕시코의 패키징·테스트 공장도 확대·개조할 계획이다.

겔싱어 CEO에 따르면 투자금액 1000억 달러 중 30%는 인건비 포함 배관·콘크리트 등 공장 건설비용으로 지출될 예정이다. 나머지 700억 달러는 ASML·도쿄일렉트론·KLA등으로부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구입하는 데 쓴다. 인텔의 새 공장이 첨단 반도체 제조를 목표로 하기에, 장비도 최첨단으로 구비해야 한다. 인텔은 이미 1대당 5000억원에 달하는 ASML의 하이NA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업계 최초로 6대나 확보했다.

‘아직 목마르다’는 겔싱어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인텔 공장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인텔 공장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인텔이 받을 195억 달러 지원금은 개별 기업이 받는 혜택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인텔 다음으로 미국 내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반도체 제조기업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보조금으로 각각 50억, 60억 달러 선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출 지원금을 뺀 직접 보조금 규모만 비교해도 인텔(85억달러)보다 적다.

하지만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더 요구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회사가 반도체 제조산업에서 경쟁력을 잃는 데 30년 이상이 걸린 만큼, 3~5년짜리 프로그램 하나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제2의 칩스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인텔이 대만·한국 업체들과 경쟁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미국 중심의 기술과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인텔같은 강력한 홈팀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산업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 영향은?

미국 정부의 ‘홈팀 퍼스트’ 전략이 확실해지면서 미국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대만·한국 기업들의 상황이 더 힘들어질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도 TSMC도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한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공장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만, 한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은 이런 보조금이 없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한국 기업의 무기는 원가 경쟁력인데,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미국 내 제조시설의 높은 생산원가를 메꿔주는 상황”이라며 “국내 생산 시설의 경쟁력을 어떤 식으로 향상시켜야 할지도 깊이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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