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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증원 배분 발표가 끝이 아니다…대화 포기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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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00명 배정 강행했지만 5월까진 조정 여지

대화 창 닫지 말고, 의협도 분란 조장 자제를

정부가 의대 정원 증가분 2000명을 대학별로 배분한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7개 지역 거점대학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는 등 지역 의대에 모두 1639명을 배정했다. 수도권에선 서울을 뺀 경인 지역에서만 361명을 늘려 2000명을 모두 맞췄다. 2000명 증원을 사수하되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명분을 얻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의료 현장을 떠나려는 의사들의 등을 오히려 떠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의협은 “정원 배분을 발표하는 것은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다리를 자르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도 19일 “의대 정원 배정은 대화의 장부터 마련한 후로 미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도 증원 배분안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더는 증원 규모를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현일 것이다.

정부의 행정처분 압박에도 지난 한 달 동안 돌아온 전공의 수는 극히 미미하다. 의대생들의 유급 시한도 코앞에 닥쳤다. 빅5라 불리는 수도권 대형 병원을 포함한 의대 교수들마저 25일 사직서를 내기로 뜻을 모았다. 상황이 한 발짝씩 수렁을 향해 가고 있지만, 정부는 의사들과 대화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필수의료 패키지와 비상의료대책을 연일 내놓았지만, 의사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당장 어제 발표도 갑자기 지역 의대 정원을 3~4배로 늘리면 학생들 교육과 졸업 후 수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중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개혁 과제를 깊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정부가 증원 규모를 뺀 협의 테이블에 의사들을 불러들일 수단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끝내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이후 불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저 의사들 책임으로 돌리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

이제 각 대학은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대학교육협의회에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 신청서를 내야 한다. 대교협의 심의·조정을 거쳐 5월 중 대학별로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하면 정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반대로 그때까지는 조정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어제부터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에 돌입한 대한의사협회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현재 후보로 출마한 5명 중 4명이 강경 노선을 천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의협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와 협상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의사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단 한 명의 증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억지 주장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런 마당에 향후 개원의 파업까지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