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부, 대못 박았다”…의협, 정권 퇴진운동 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배분 결과를 발표한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서울에 있는 8개 대학은 증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뉴스1]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배분 결과를 발표한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서울에 있는 8개 대학은 증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뉴스1]

정부가 20일 내년도 의과대학 증원 2000명 정원 배분을 발표하자 의료계는 “대못을 박았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의대 교수 집단사직 카드에도 정부가 발표를 강행하면서 증원 규모를 둘러싼 협상의 여지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는 정권 퇴진 운동까지 거론했고, 정부는 장기전 채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날 오후 수도권 18%(361명)-비수도권 82%(1639명) 배분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자 의사 커뮤니티에선 “총선용 정책이다” “퇴로를 막았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들의 발언 수위는 높아졌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오늘부터 14만 의사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치권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도 “필수의료는 불가역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도 입장문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 없는 독단적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정부는 그간의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 현장의 파탄을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연세대 의대는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수용 불가 성명을 냈다.

관련기사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작아진 만큼 사직서 제출일로 예고한 25일을 기점으로 의대 교수 일부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다리가 끊어진 것 같은데 계속 이렇게 진료할 수 없을 것”이라며 “육체적·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어 사직하려는 교수들이 줄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는 줄곧 지적했던 부실교육 우려를 재차 제기했다. 갑자기 늘어난 학생을 교육할 교수, 시설, 장비 등이 부족해 교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원장은 “기존 50명 정원에서 6~8명씩 8조 정도로 나눴을 때도 (실습교육을) 교수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교수를 네 배로 늘리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북대는 정원이 4배가 돼 증원 폭이 가장 크다.

정부가 비수도권 9곳 거점 국립대 의대 전임교원을 1000명가량 증원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배장환 교수는 “의대 교수를 늘린다지만 인력을 늘리는 게 아니라 기금 교수를 전임교수로 전환한다는 것”이라며 “기금 교수와 임상 교수는 이미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밀한 후속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졸업생이 해당 지역에서 수련받고 실제 정착할 수 있게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현재는 (지역 정착을 유도할) 장치가 불완전하다”며 “비수도권에서 학생을 배출해도 수도권에서 수련받고 수도권에서 개업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 3개 단체는 온라인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이 모두 모인 건 사태 시작 후 처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