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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말린 전시 대박낸 남자 "돈 될 작품? 여기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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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N차 관람’ 이끈 큐레이터의 팁 

아트&머니:시즌2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 도발적 질문으로 시작한 더중플 ‘아트&머니: 시즌2’. 돈만 보는 사람에겐 돈이 안 됩니다. 그러나 그림을 보는 사람에겐 ‘돈’도 됩니다. 업계를 선도하는 이들을 만나 무엇이 올바른 미술품 투자인지를 묻습니다. 이번엔 BTS RM이 다녀가 ‘N차 관람’으로 대박 난 헤르난 바스 개인전. 이를 기획한 세계적 큐레이터의 ‘팁’입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평가받는 헤르난 바스의 개인전(2021). [스페이스K]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평가받는 헤르난 바스의 개인전(2021). [스페이스K]

미술계 최고의 인플루언서 헤르난 바스(Hernan Bas) 개인전. 한 번 관람하고도 또다시 가서 보게 된다는 ‘N차 관람’으로 성황을 이룬 전시다. 이런 전시 기획은 어떻게 이뤄지고, 투자 가치가 있는 그림에 대한 안목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다니엘 리히터(2022), 저스틴 모티머(2020) 한국 첫 개인전을 비롯해 헤르난 바스(2021) 등 세계적 수준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스페이스K의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를 만났다.

〈아트 앤 머니〉와 인터뷰 중인 스페이스K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

〈아트 앤 머니〉와 인터뷰 중인 스페이스K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

전시 기획은 어떻게?
“우리가 애써 모른 척하거나, 무시하거나 서로 갈등이 되는 부분들을 넛지(nudge) 형태로 터치해 가볍게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결하는,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가들을 위주로 전시한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정신적·신체적 장애를 가졌거나 혹은 성 소수자라든가 이념이 좀 다른, 소셜리즘 안에서 청춘을 보냈다거나 서브 컬처에 있었던 작가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전시 포인트는?
“어떤 맥락이라든가, 재미, 그리고 장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한다. 어떨 때는 아주 심각하다가도 웃음이 피식 나올 수 있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는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쓴다.”
헤르난 바스 전시 대성공(2만 7000여 명 방문)은 예상했나?
“그때가 2021년 2월이었기 때문에 아주 엄격하게 코로나 19 방역 수칙을 요구받았다. ‘지금 꼭 열어야겠냐?’ ‘물류비용이 높은데 전시하면 너무 위험하지 않냐’는 우려도 있었다. 엄혹한 현실 때문에 석 달 전시할 동안 한 2000분 정도 와주면 고맙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라든가, 공연이라든가 밀집 지역에서 벌어지는 문화활동을 할 기회가 부족했던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미술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한국 사회에 붐이 일어났던 것 같다. 작품도 엄청나게 좋았지만,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작가에게 좋은 피드백을 해줬기 때문에 헤르난 바스 자체를 미술계에서 재평가하는 기회도 됐다.”
미술관 ‘스페이스K’ 전시장에서 진행된 요가 수업. 사람들이 미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이벤트 기획이다. [스페이스K]

미술관 ‘스페이스K’ 전시장에서 진행된 요가 수업. 사람들이 미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이벤트 기획이다. [스페이스K]

그림을 산다는 것이 돈이 될 수 있나?
“돈이 될 수 있다. 미술은 특이하게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즐기고도 어느 날 우연히 봤더니 이제 나를 떠날 때가 된 그런 경우를 만나게 된다는 특징이 있다. 철저하게 작가에 애정을 가지고 ‘내가 오늘 집에 가서 내 침대 위에 있는 그 그림을 보고 이불 홑청을 딱 덮고 자면 내가 너무 행복할 것 같아’라는 생각을 가지는 그런 작품들을 사면 실패란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을 컬렉팅하나?
“젊은 작가들이 작업실 임대료를 못 내고 할 때 돈을 좀 보내준다든지 하면서 (컬렉팅) 시작했고, 옥션에 가끔 회사가 어려워져서 한 번에 작품들이 나오거나 아니면 컬렉터들이 내놓는 것 중에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는데 헐값에 막 나가는 것들은 안타까워서 모아두고 있는 것들이 있다. 향후 그런 것들이 제 프라이빗 컬렉션으로 어디에 기증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이라 그런 거 위주로 일단은 컬렉션을 한다.”
개념 미술가인 라이언 갠더 전시(2021).

개념 미술가인 라이언 갠더 전시(2021).

초보 컬렉터에게 갤러리를 추천한다면?
“일단은 집 근처에 있는 국공립 미술관을 먼저 가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씩 날짜를 잡아서 주변에 있는 갤러리들을 검색해서 가는 것도 좋다. 그리고 다양한 아트페어에 가서 한 번에 많은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내가 원래 이런 거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여기서 이런 걸 자꾸 보니까 이런 게 내 취향이네’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지속 가능한 미술 사랑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컬렉팅 꿀팁이 있다면
“작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작가의 인터뷰라든가 어떤 생활 방식 같은 것을 봤을 때 ‘지속 가능한가?’ 그것이 가장 1번인 것 같다. 시작하는 컬렉터들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전시할 때도 어디 괜찮은 퍼블릭 쇼에, 단체전에 참여한 경력이 많다든가 이런 부분들을 체크해 연구해 보고 구매하면 아무래도 좀 더 지속 가능하게 컬렉팅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향후 전시 계획은?
“대중들의 호응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한편으로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는, 그 불편함이 우리 미술관에 왔을 때 더 뭉툭해지는 것,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는 전시를 작가 발굴과 지원을 통해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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