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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증원 논란, 이제 대입의 시간으로…‘인재 블랙홀’ 우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확정한 20일 서울 서초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의과대학 입시 준비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정부가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확정한 20일 서울 서초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의과대학 입시 준비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의대 증원 논란이 대입의 시간으로 넘어갔다. 2025학년도 입시에 적용될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가 20일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대입 판도부터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입시업계 “의대 쏠림 강화될 수밖에”…비수도권 기대감 상승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각 대학은 늦어도 5월까지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수정해 9월 수시 모집 때부터 증원된 정원대로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교육·입시업계에서는 의대 증원의 여파로 “의대 쏠림·선호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원 규모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열 모집 정원(4882명)의 40%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의대 열풍’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3662명으로 현재 정원(2023명)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3학년도 고등학교 3학년 기준 수능 수학 1등급을 받은 비수도권 학생이 3346명으로 추정되는데,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이 이보다 더 많다”며 “숫자만 놓고 보면, 비수도권에서는 1등급을 받지 않아도 의대 진학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최상위권 학생을 포함한 우수 인재들이 모두 의대에 도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비수도권 지역은 이미 의대 증원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상태다. 정부는 의대 증원뿐 아니라 권역별 중·고교 출신 학생만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역인재전형 모집 인원은 비수도권 27개 대학 1068명인데,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최소 900여명 늘어난 1950명 이상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과 대구 등 지역의 주요 학원가는 ‘의대 증원,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내건 설명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김모씨는 “고학년이 되면서 대치동으로 이사하려고 생각했는데, 의대 정원이 늘고 지역인재전형도 확대된다는 말에 세종에서 계속 거주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라며 “집 근처에 학원들도 많이 생긴 데다가, 주변 학부모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이공계 인재 이탈” 우려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으로 기존 142명에서 200명으로 전북대 의대 정원이 늘어난 20일, 전북대 의대 및 전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대학 본부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으로 기존 142명에서 200명으로 전북대 의대 정원이 늘어난 20일, 전북대 의대 및 전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대학 본부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선호 현상이 강화될수록,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이공계열 학생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를 꿈꾸며 고교 이과생들은 늘어날 텐데, 의대를 못 가는 학생들이 이공계 학과에 지원하게 되면서 결국 전반적으로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입결도 하락하고, 중도 포기 학생 역시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의대 증원이 쏠림 현상 해소할 것”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0일 오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0일 오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장기적으로는 의대 증원이 ‘의사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입학이 쉬워졌다는 판단을 하니까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의사 수가 많아져 경제적인 소득이 현 수준보다 낮아지고 공급과잉·사회적 평판 등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런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의대 진학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런 왜곡을 조정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다만 공급을 늘린다고 자원 왜곡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이공계 강화 정책을 같이 쓰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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