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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호상이라는데…" 오은영 1시간 오열하게 한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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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반려동물과 이별 앞둔 이들에 조언

나의 반려일지

‘너를 만난 세상’을 축복해~ 우리 가족들의 ‘댕냥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우리 아이 이쁜 거 자랑하고, 우리 아이 떠난 거 위로받을 수 있게, 댕냥이 가족들의 희로애락을 담습니다. 각계 명사들의 반려일지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유도 알토란처럼 담겨있습니다. 첫회는 오은영 박사의 펫로스 극복기입니다.

오은영 박사가 19년간 키웠던 반려견 뽀삐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오은영 박사가 19년간 키웠던 반려견 뽀삐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벌써 8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은 또렷하다. 빡빡한 스케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밤,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은영아, 뽀삐가…’ 듣자마자 눈물이 솟구쳤다. 집에 함께 사는 부모님이 마지막 순간을 지켰다고 했다. 자동차를 세우고 한 시간 동안 말 그대로 통곡했다. 노령인 19살이라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날따라 뭐가 그리 바빠 부랴부랴 나갔을까요. 평소 같으면 출근 전 안아줬을 텐데, 하필 그날은 아무것도 못 했어요.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네요.”

헤어지기 몇 달 전 동물병원에 갔을 때 수의사는 “이렇게 오래 산 강아지는 처음 본다”면서도 “보통 수명을 넘겼으니 보낼 준비를 하라”고 했다. 반려견 입장에선 이렇게 지내는 게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안락사를 권하기도 했다. 그럴 수 없었다. 연로한 부모가 의식이 없어도 ‘하루라도 더 사실 수 있어요’라고 하는 심정처럼. 뽀삐는 보들보들한 갈색 털을 가진 푸들이었다.

오은영 박사의 반려견 뽀삐. [사진 오은영 박사]

오은영 박사의 반려견 뽀삐. [사진 오은영 박사]

‘육아 대통령’으로 불리는 오은영 박사는 정신과 전문의이지만, 20년 가까이 함께 산 반려견을 떠나보낼 때 몹시 힘들었다고 했다.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사진을 들여다봤다. 늘 미소 띤 얼굴의 오 박사이지만, 지난 4일 당시를 회상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죽음을 아주 가깝게 느끼게 됩니다. 그런 것처럼 반려동물이 떠나면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내 곁에 있었는데’ 하며 충격을 받습니다.” 어른들도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이별을 어린 나이에 겪게 된다.

“가까운 사람이 떠나면 잘못해준 것만 기억이 납니다. 반려동물 역시 ‘먹고 싶어 하던 것 더 줄걸’ ‘집에 너무 혼자 둔 것 같아’ 이런 후회가 밀려오죠. 부모와 사별하고 ‘그때 찾아가 한 번 더 뵐걸’이라고 자책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련이 남더라도 그건 떠난 사람, 떠난 반려동물의 몫이 아니라 남은 이들 몫입니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면 좋아요.”

가장 필요한 자세는 이별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부모가 평균 수명을 넘어 돌아가시면 호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반려동물도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 “건강한 헤어짐을 위해선 사람과 동물의 시계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짧으니 이별이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걸 받아들이는 게 우선입니다.”

잘 떠나보내려면 충분히 울되, 일상으로 꼭 돌아와야 한다. “건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때론 슬퍼하고 그리워하지만 그 안에 매몰되지 않아요. 오래지 않아 자신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처음엔 부정해도 슬픔을 받아들이고 수용의 단계로 넘어가는 거죠.”

몇 년이 지나도 가끔 눈물이 나곤 하지만, 그래도 편해질 수 있었던 건 쌓은 추억이 많아서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혹시 영재 아닌가요’라고 묻는 부모들이 있어요. 저도 ‘우리 뽀삐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니까요.” 뽀삐는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오 박사가 오는 걸 눈치챘고 옷차림만 보고도 일하러 가는지, 집 앞 슈퍼에 가는지 알았다고 한다. 출근길이 아니면 자기도 데려가라며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뽀삐가 잠은 제 어머니와 함께 잤는데, 새벽이 되면 늘 저희 방으로 왔어요. 침대에 올라와 가만히 있다가 알람이 울리면 저를 핥아 깨웠죠. 여름에는 더운데 몸에 찰싹 붙어있는 거예요. ‘엄마 더워’라고 하면 쳐다보곤 살짝 떨어졌다가, 다시 슬슬 다가와요. 여름만 되면 그때가 떠오릅니다.”

“요즘 강아지에게 고글을 씌우고 신발까지 신긴 경우가 있어요. 보면 달려가서 말해주고 싶어요. 그러면 절대 안 된다고.” 오 박사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자꾸 보인다고 했다. “물론 다리가 불편한 늙은 개나 관절염이 있으면 ‘개모차’도 필요해요. 하지만 주인 눈에 사랑스럽다고 개를 태우고 다니는 건 잘못이에요. 본성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개는 걸어 다니며 흙냄새부터 다른 친구들 향기까지 온갖 후각 정보를 모은다. “길에 익숙해지려면 지형지물을 기억해야 하는데 고글은 시야를 가립니다. 개는 맨발로 걸어야 관절에 무리가 안 가고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노년기에 반려동물은 훌륭한 친구가 돼 주고, 자식이 떠난 자리를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다. 산책이나 밥 주기 등으로 운동량을 늘려주고, 다른 반려인과 소통의 기회도 제공한다. 노년기에 반려인이 되면 특히 자존감이 높아진다. 오 박사는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 굉장히 의미가 큰데, 반려동물에게 세상의 전부인 만큼 ‘나는 여전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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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모차? 달려가 말리고 싶다" 오은영이 때린 견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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