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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첫 흑인 정부 지도자 나와..게싱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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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에 본 게싱(50) 웨일스 경제부 장관이 선출됐다. 흑인으로서는 유럽 역사상 첫 정부 지도자다.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으로 선출된 본 게싱. 유럽 역사상 첫 흑인 지도자가 됐다. AP=연합뉴스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으로 선출된 본 게싱. 유럽 역사상 첫 흑인 지도자가 됐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웨일스 제1당인 노동당 대표 선출 대회에서 본 게싱 장관은 51.7%의 득표율로 제레미 마일스 교육부 장관(48.3%)을 누르고 승리했다. 게싱 장관은 지난 5년간 웨일스 자치정부를 이끈 마크 드레이크포드 수반이 19일 물러나면 20일 새로운 자치수반으로 취임하게 된다.

게싱 장관은 승리 직후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다"며 "우리가 함께 쓰는 역사"라고 자축했다. 그는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잠비아 출생이다. 잠비아인 어머니와 웨일스 남부 출신 수의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2세 때 웨일스로 이주했다. 법조계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 2011년 웨일스 의회에 입성하며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게싱은 선거 기간 경제 위기, 농부들의 분노, 개혁이 필요한 의료와 교육 시스템 등 웨일스가 직면한 심각한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어필했다"고 전했다. 또 '웨일스에서 누구도 편견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어릴 적 겪은 인종차별 경험 등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인도계인 리시 수낵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인도계인 리시 수낵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게싱이 웨일스 자치정부의 새 수반으로 선출되면서, 현재 영국을 구성하는 4개 정부의 수장이 모두 백인 남성이 아니라는 기록도 세워졌다. 영국은 '그레이트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의 약칭으로, 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 등 4개 구성국이 연합한 나라다.

현재 영국 전체를 대표하는 리시 수낵 총리는 인도계이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파키스탄계인 훔자 유사프 수반이 이끌고 있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여성인 미셸 오닐이 수반을 맡고 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영국 내각에는 비백인이 전혀 없었다.

보수당 소속인 수낵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건설적으로 협력하겠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도 성명을 내고 "웨일스가 맞이할 새로운 장에서 본과 함께 영국 전역에 노동당 정부를 세우기 위한 캠페인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편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열리는 영국 총선에서는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노동당이 14년간 이어진 보수당의 집권을 끝내려 애를 쓰는 가운데, 게싱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은 5년마다 치러져 내년 1월 28일까지 진행하면 되지만, 현재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노동당은 오는 5월 조기 총선을 치를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낵 총리는 하반기에 총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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