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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회칼 테러’ 운운 황상무 수석, 자진 사퇴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섬뜩한 흑역사 굳이 소환,‘언론 겁박’ 아니면 뭔가

한동훈 “황, 스스로 거취 결정하고 이종섭 귀국을”

대통령실발 잇따른 악재로 총선 민심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출입기자진에 부적절한 발언을 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오른 와중에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소환·귀국을 촉구한  것이다. 막말·망언을 이유로 장예찬·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지만, 황 수석과 이 대사의 사퇴·귀국을 끌어내지 못하면 민심을 붙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만시지탄이다. 총선과 무관하게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들이다.

우선, 황상무 수석이 지난 14일 기자진 회식 자리에서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황 수석은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국군)정보사령부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제의 사건은 36년 전인 당시 중앙일보 계열의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이 쓴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란 칼럼에 앙심을 품은 정보사 군인들이 예하 부대장의 “혼내 주라”는 지시를 받고 출근길의 오 부장에게 테러를 가한 것이다. 오 부장은 허벅지가 3~4㎝ 찢겨나가는 중상을 입었다. 황 수석은 당시 “(오 부장이)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유사한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겁주려는 의도로 들릴 수밖에 없다.

황 수석은 5·18과 관련해 북한 배후설까지 언급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에서 잇따른 막말 설화를 비판하고,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찾은 게 엊그제인데 대통령실 수석이 막말을 넘어 섬뜩한 협박성 발언에다 ‘5·18 음모론’까지 거론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황 수석은 논란이 커지자 “사과드리며 언행을 조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말은 평소 의식의 소산인 만큼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황 수석을 비롯한 권력 핵심들의 언론관이 어떤 수준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달랑 네 문장에 그친 사과로 덮고 갈 사건이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는 한 위원장 말마따나 황 수석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종섭 대사 역시 즉각 귀국해 수사 프로세스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공수처가 7개월간 조사 개시조차 안 하며 출국 금지를 연장한 건 수사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법치에 철저해야 할 정부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인 그를 서둘러 대사에 임명하고 내보낸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 위원장에 이어 윤 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국민의힘 분당을 후보도 황 수석의 사퇴와 함께 이 대사의 귀국을 촉구한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