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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장 “교수들, 환자 생명 볼모로 단체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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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환자를 볼모로 한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주 원장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의료원 연구동 스칸디아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 수준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15일 의료원 소속 102명의 전문의 중 대다수가 포함된 전문의협의회는 성명문을 내고 “현 사태의 주동자는 명백히 정부”라며 “전공의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한다면 전문의들 역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 원장은 이런 성명에 대해 “현 의료대란의 원인에 대한 (전문의협의회의) 문제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의료원 전체 구성원들과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름을 넣어 성명문을 발표하고 비이성적 대응을 언급한 부분에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주 원장은 또 전국 40개 의대 중 16곳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결의한 것에 대해서 “결국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며 “상당히 절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서도 주 원장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정책적 제안이자, 결정할 수 있는 몫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 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은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이 오는 병원인데, (전공의 사직이) 한 달이 다 돼가니 남아 있는 의료진이 점점 힘에 부쳐가는 게 눈에 보인다”며 “우리 권역외상센터가 환자를 수용 못 하게 되면 서울 시내에 급박한 중증 외상 환자들은 진짜 갈 곳이 없어지는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에서 간담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도 단체행동 대신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겠다고 했다. 학회장인 박익성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의료계 파업이 있던 2000년·2020년과 달리 현재 전공의들은 협상도 없이 ‘못 하겠다’는 식이다. 선배 입장으로서 해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장과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의사들의 주장이 아무리 미래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의 문제는 현실”이라며 “저희는 조속하고 합리적 해결이 될 때까지 병원을 지키고 있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정부는) 폭력적인 법 집행을 내세워 의사 단체를 범죄 집단화하는 것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는 “정부와 의협, 전공의 단체가 협상을 개시하면 즉시 학업과 현업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중증·응급 질환인 뇌혈관 환자를 떠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2000명 증원 의지가 완강한데 조금 물러나 전공의들과 대화했으면 한다”며 “증원된 인원이 필수 지역 의료로 한다는 보장도 없고 다양한 대책과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5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25일부터 각 의대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비대위에는 20개 의대가 참여했는데 그중 16개 의대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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