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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학과 신설하고 한의대 정원 돌리면, 의대 2000명 증원 효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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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호 02면

의료 공백 한 달 눈앞 

박은철

박은철

한 달. 의료 공백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보건의료분야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전문가가 ‘2000명 증원’의 대안을 내놨다. 박은철(62)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다. 그는 15일 중앙일보와 만나 “의과학과·한의대 정원을 활용하면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우회로다.

박 교수는 “인구 고령화를 고려할 때 2040년까지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데, 한꺼번에 65% 확대하면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40개 의과대학의 정원을 어떻게 늘려야 하나.
“정원 규모와 소재지에 따라 다르게 늘려야 한다. 정원이 50명 미만인 대학이 17개이다. 그중 비수도권 13곳은 지금 정원보다 60%. 수도권 대학 4곳은 50% 늘린다. 각각 350명, 80명 증가한다. 정원이 50명 이상인 대학 23개 중 비수도권 15곳은 30%, 수도권 8곳은 20%만 늘린다. 각각 447명, 165명 늘어난다. 이렇게 하면 40개 대학 정원이 1042명 증가한다.”
어떤 기준으로 산정했나.
“당장 늘려도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증원 규모를 잡았다. 2025학년도에 1042명을 늘려도 교육에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박 교수는 이렇게 의대 정원을 늘린 1년 뒤인 2026학년도에는 의과학과를 신설해 정원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1년 뒤’는 학과 신설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했다. 대학에 의대가 있건 없건, 우수한 생명과학대·공대가 있으면 의과학과를 만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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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26학년도에는 4개 대학에 각각 50명의 의과학과를 신설하면 의대 정원 200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이달 초 교육부가 전국 의대에서 증원 규모 신청을 받았을 때 서울대 의대가 의과학과를 신설해 5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27학년도에는 4개 대학을 추가해 200명을 더 뽑자고 제안했다. 의과대학뿐 아니라 카이스트·포스텍이 의과학과를 신설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이들도 포함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증원 규모가 1442명으로 늘어난다.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자는 건가.
“한의대 중에서 의대 전환을 원하는 데가 많으니 이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의대는 12개, 정원은 750명이다. 비수도권에 10개가 있다. 경희대·부산대·원광대·동국대 등 의대·한의대를 함께 둔 5개 대학의 정원 350명을 먼저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6학년도에 시작하면 된다.”
나머지 한의대는 어떻게 하나.
“한의대만 있는 7개 대학의 경우 의대로 전환하거나 의대가 있는 대학과 통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순차적으로 전환해 나가면 된다.”

박 교수는 “의과학과와 한의대를 활용하면 전체 증원 규모가 2000명에 이르거나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의 ‘의료인력 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의사는 2025년 649~785명 과잉 상태에 이른다. 2035년에는 1343~1751명 과잉이 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번 증원은 ‘정원 외 정원’으로 분류하는 게 좋다. 5년 후 재평가를 해서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면 정식 정원보다 정원외로 하는 게 손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 제안대로 하면 ‘2035년 1만명 증원’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지만 2040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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